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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와인하우스 영혼을 팔아 노래하다- 2008년 5월호 에꼴 럭스 editor choe's column




에이미 와인하우스, 영혼을 팔아 노래하다 - 에디터 최진주

솔의 DNA를 가진 영혼 에이미 와인하우스라는 뮤지션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rehab’
을 듣는 사람들은 대개 다음과 같이 반응한다.
첫 마디를 놓치고 두 번째 소절 ‘but I said no no no’를 듣자마자 “이거 남잔데?”
팝송 좀 들었다 하는 사람(정말 그렇다면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모를 리 없겠지만)이라면
“흑인 아니야?”

빌리 홀리데이, 아레사 프랭클린, 사라 본, 메이시 그레이 등 미국 흑인 솔의 정통 계보를
영국 런던 출신의 유태계 백인 여자가 잇고 있다는 사실이 어떤 이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정통’이라는 고루한 용어로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정의하는 것은 무리다.
 솔, R&B, 재즈가 오묘하게 섞여 있는 (사실 R&B보다는 솔과 재즈의 색깔이 더 강하다)
그녀의 노래에는 통통 튀는 21세기 현재를 살고 있는 신세대의 감각이 녹아들어가 있다.
1990
년대 이후 등장한 ‘네오 솔’의 가장 강력한 후계자이자 기계음에 질린 신구세대를 한 곳으로 결집시키는
아날로그 뮤지션이 바로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현재 위치다.

1983년생, 그녀의 인생은 처음부터 음악과 혼연일치되어 있었다. 집안에 재즈 뮤지션이 많아
어릴 적부터 레이 찰스, 다니 해서웨이(두 사람 모두 ‘rehab’의 노랫말에 등장한다)를 들었으니
두말할 필요도 없겠다.
열 살에는 랩 그룹 Sweet ‘N’ Sour의 멤버로 활동하며 외도를 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장르는 역시 솔이었다.
열여섯 살 무렵 남자친구였던 솔 가수 타일러 제임스의 독려에 힘입어 만든 데모 테이프로
아일랜드/유니버셜 레이블과 계약하면서 싱어송라이터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인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데뷔 앨범 는 발표하자마자 30만 장이 나가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다.
이 앨범으로 그녀는 영국에서 실력파 뮤지션에게만 수여하는 ‘이보 노벨르’를 수상했고,
머큐리 음악상 후보에도 올랐다. 또한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열정과 애정> <러브 액츄얼리>에도
자신의 BGM을 올리며 오랜만에 등장한 대형 신인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1집을 성공시키는 것도 분명 어려운 일이지만, 이를 성공한 사람에게는
 ‘소포모어 징크스’의 두려움이 엄습하게 마련이다. 최근 팝 시장에서 감각적인 프로듀싱으로 인정받고 있는
마크 론슨이 그녀의 조력자로 나서면서 공포는 사라졌다. 그녀는 2집 으로 미국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 ‘최우수 신인’ 등 5개 상을 휩쓸었다. 영국 가수도 후보 명단에 올리긴 하지만 대체로 미국 가수 중심으로 상을 나눠주던 그래미였기에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선전은 더욱 뜻 깊다. 물론 에이미의 투박한 솔 감각을 감칠맛 나게 끌어올린 프로듀서 마크 론슨과의 궁합도 그래미 수상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녀는 이번 5월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마약 문제 때문에 미국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그래미상을 직접 받지 못하고 앙코르 공연을 위성으로 중계하는 굴욕을 경험했지만, 이번에야말로 아날로그에 목마른 미국인들의 귀를 제대로 적셔줄 때다. 조지 클루니, 줄리아 로버츠 등 A급 리스트 앞에서 진행될 예정인 이 공연이 현재 그녀를 북돋워주는 유일한 존재라고.
스물일곱, 여전히 반항과 자학 그녀의 인생은 반항으로 시작해서 자학으로 끝난다. 열두 살에 실비아 영 시어터 스쿨에서 연기 수업을 받기 시작했는데, “그 학교는 적응하기 어려운 곳이어서 그만두었다”는 본인의 주장과는 달리, 학교 측에서 내세운 ‘퇴학’ 사유는 학칙 위반과 풍기문란. 데뷔 앨범 가 절름발이 작품집이라며 불만을 토로한 적도 있다. 소속사에서 그녀가 편곡한 몇 곡을 마음대로 빼버렸기 때문이다. 소속사에 대한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던 ‘19레코딩스’가 알코올중독을 이유로 재활원 입소를 강요하자 그 이야기를 가사로 담아 ‘rehab’을 만들었으며, 실제로도 구속하는 것이 싫다며 회사를 뛰쳐나왔다. 욕설을 던지는 관중을 향해 달려들거나 길 한복판에서 남편과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이는 것도 그녀에겐 일상적인 일이다.
특히 그녀는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스스로를 학대하는 습관이 있어서 주위의 걱정을 사고 있다. 에이미는 이미 자기학대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술에 심하게 취했을 때 자신을 때린다고 이야기했다. “난 취하면 자학하는 습성이 있어요. 그렇다고 내 얼굴에 주먹을 날리지는 않아요. 찰싹찰싹 때리는 정도예요.”
하지만 너무나 여자다운 가십지들이 앞다투어 찍어대는 파파라치 사진을 열심히 퍼오는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그녀의 남다른 스타일이 단연 화두다.
“난 남자에 가깝다!”고 선언했다고는 하나, 그녀의 외형은 오히려 최대한 여자다워지고픈 욕망을 드러낸다. 뚱뚱하다는 말에 상처 입은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에 거식증에 걸렸으며 가슴과 (뭇 여인들이 그토록 극찬하는 종아리 굵기와 같은 허벅지가 포인트!) 바싹 마른 몸매를 강조하는 패션 스타일을 고수한다. 앙드레김 선생님의 매직을 빌려 쓴 듯한 두꺼운 아이라인은 눈꼬리를 살짝 빼주어 나름대로 매혹적인 여성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다 (그러나 부부싸움은 클렌징 후로 미뤘으면 하는 바람이다). 뭐니 뭐니 해도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가장 큰 특징은 부풀린 헤어스타일. 1950~60년대 유행했던 걸 그룹의 헤어스타일을 재해석한 듯하지만, 정말 그런 심오한 의미를 담은 스타일인지는 미지수.
오르가슴 “나는 라이브로 연주하는 것을 즐긴다. 앨범을 위해 녹음한 레코딩 버전은 어쩔 수 없지만, 라이브 공연에서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쁜 척하지 않는 그녀의 보컬은 라이브 공연에서 빛을 발한다. 10대 시절부터 작은 클럽과 카페를 전전하며 무대에 섰던 터라, 그녀의 ‘연습생 시절’은 제대로 된 하드 트레이닝이었다. 그래서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무대는 MR가 아니라 항상 라이브 밴드와의 합동 공연이다. 덩치 큰 2인조 코러스 맨들의 열정적인 코러스와 트윈 댄스까지 이어지니 백댄서 없이도 시각적으로 풍성한 공연무대다.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라이브 무대에서 결코 놓칠 수 없는 것은 바로 에이미의 형언하기 어려운 제스처. 노래를 부르는 동안 그녀는 힘든 기색이 전혀 없다. 대신 리듬을 타며 엉덩이를 실룩이거나 어느새 반쯤 말려 올라간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노래에 심취하곤 한다. 그녀의 표정은 마치 오르가슴을 느끼는 듯하다. 자기 노래를 부르며 고통과 환희에 젖을 가수가 몇 명이나 있을까?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지 않고 자신을 증오하며 막장 인생을 살아가는 그녀가 유일하게 ‘자아도취’하는 때, 우리는 그녀에게 열광한다. 그녀가 세상과 타협하는 것은 오직 ‘음악’ 뿐이다. 다시 말해 세상은 그녀가 살기 참 좋은 곳이다. 그녀가 무슨 짓을 해도 노래를 부를 무대를 만들어주고, 노래를 만들 녹음실을 마련해주지 않는가? 무대 위에서 그토록 찬사를 받는 여인이 무대에서 내려오면 한낱 가십거리로 철저하게 파헤쳐지는 것은 아쉽다. 물론 철저한 신비주의, 대책 없는 착한 척으로 일관하는 한국 연예계와는 다른 그들의 문화가 우리 눈에 흥미로워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반 고흐는 까칠한 정신병자였고, 모딜리아니는 몹쓸 바람둥이였으며, 짐 모리슨과 리버 피닉스는 약물 과다 복용으로 죽었다. 비정상적인 사고방식, 알코올 중독, 약물 과용, 자해, 문란한 성생활, 파란만장한 인생사 등은 인류 역사 곳곳에 등장했던 천재들을 추렸을 때 일관되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원래 천재는 어느 정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천재 광기설’은 천재가 아닌 이들에게 동경과 위안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이 낭만적인 이론을 포함해 귀납적 3단논법으로 계산한다면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천재다’라는 그럴 듯한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두렵다. 우리는 그녀가 약물 과용 따위로 요절하지 않길 바란다. 그리하여 걸죽하고도 자유분방한 목소리를 오래오래 들려주기를 소망한다.
그녀의 솔을 듣지 못하는 건 슬픈 일이다 얼마 전 평범하지 않은 피부 트러블이 난 에이미 사진이 공개되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딸이 세균성 피부염에 걸려서 상태가 좋지 않은 것뿐”이라고 말했지만, 한 스킨클리닉의 의사에 따르면 “약물중독자처럼 면역 시스템이 무너진 사람은 포도상구균 등 각종 피부염에 감염되기 쉽다”고 한다. 그녀의 친구에 따르면 남편 블레이크의 공판을 준비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자학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남편에게 불리한 증거를 믿는 배심원단도 원인 중 하나. 에이미의 친구들은 그녀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다며 걱정하고 있다고. 최근 그녀는 런던 북쪽으로 다시 이사 왔는데, 이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되살렸다. 에이미는 블레이크의 옛날 물건을 버렸으나 이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고, 자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새삼 깨닫고 있다고. 누구에게나 힘든 일은 있고, 그때마다 우리는 조금씩 성숙해진다. 에이미도 부디.


덧글

  • 지나는이 2011/07/24 21:06 # 삭제 답글

    마치 오늘의 일을 예견한듯한 마지막 문구네요....
  • 바람의머리카락 2011/07/25 16:15 #

    그러게요ㅠㅠ 2008년에 쓴 기사인데... 슬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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