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땡이가 즐거운 이유는 우리가 일탈적 행동을 하며 재미있어하는 것은 일상이 재미없기 때문이다. 무엇이 일상을 이다지도 재미없게 만드는 걸까? 바로 ‘반복’이다. 무한 반복되는 하루 일과는 필연적으로 재미없다. 이는 연예인, 스포츠 선수, 에디터… 전체 인구의 1% 미만이 종사하는 직종에서도 마찬가지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도 ‘즐거운 척, 착한 척’해야 하는 연예인의 일상은 재미를 떠나 고통이다. 하루에 방망이를 3천 번 휘두르기, 5천km 헤엄치기 따위의 스케줄이 자동 반복되는 운동선수의 일상도 그리 톡톡 튀지는 않는다. 에디터는 어떤가? 사무실에 콕 박혀 있지는 않더라도 한 달을 기준으로 반복되는 시스템 속에서 마주치는 ‘매니저에게 빌빌대기, 연예인 비위 맞추기, 밤새우며 기사 쓰기’ 같은 일상은 ‘재미없다’란 표현으로는 많이 모자라다. 우리는 일상의 무게에 지친 나머지 뭔가 획기적이고 엄청난 반전을 ‘일탈’이란 존재에게 기대한다. 자우림의 노래 ‘일탈’은 어떤 의미에서 매우 평범하다. 일반인들이 ‘일탈’이란 단어를 들을 때 느끼는 방식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다. 머리 빡빡 밀고 소개팅에 나가거나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 점프하는 행위는 파격적이다. 그러나 꼭 남이 보기에 충격적이고 내가 하기에 충동적인 행위를 해야만 ‘일탈’이 되는 걸까? 많은 사람들에게 일탈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학교나 회사 빠지고 바닷가 가기, 드라이브하기, 여행’이 가장 흔한 대답이었다. 바다, 드라이브만으로는 일탈 느낌이 들지 않지만 결국 일상의 공간인 학교와 회사를 ‘땡땡이’친다는 게 중요한 거다. 주말에 드라이브하는 기분과 평일에 출근하지 않고 드라이브하는 기분은 분명히 다르다. 일탈이 ‘일상의 탈출’을 의미한다면, 자신의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났을 때 그것을 일탈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일상은 무엇일까? 위에서 말했듯이 외부 환경이 만들어낸 생활 시스템? 그뿐만이 아니다. 스스로 사회와 주위 환경에 적응하고 고유의 성격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다져진 틀이 바로 일상이 된다. 어쩌면 일탈은 나 자신의 고정관념을 깨고 ‘환골탈태’하는 첫발일지 모른다. 그 고정관념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 지극히 평범하고 멀쩡할 수도 있다. “그걸 꼭 깨야 해?”라는 반문을 들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에디터는 ‘노래방에서 방방 뛰며 노는 일’을 창피하게 여기는 사람 중 하나다. 그런 사람이 그 행위를 한다면 일탈이 된다. 그러나 그 행위가 다른 사람에 의한 강요로 이루어졌을 때, 또는 사회정치적 순응에 의해 이루어졌을 때는 전혀 일탈스럽지 않다. 상사들의 비위를 맞추고 신나는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그 행동을 한다면 그건 그저 ‘사회화’ 과정일 따름이다. 일탈에는 자신의 의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분위기에 휩쓸렸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일탈은 스스로 선택하고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일탈을 캐내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준비 없이 회사를 때려치우고 훌쩍 떠나는 것만이 일탈이라면 일탈은 돈이나 커리어 같은 현실을 생각지 않아도 내내 먹고살 걱정할 필요 없는 머리 텅 빈 부잣집 딸내미만의 특권일 것이다. 반대로 천재라고 불렸던 사람들의 일탈 행위는 그들이 ‘천재’라는 이유만으로 후세의 호의적인 평가를 받는다. “그분은 천재이니까 그럴 수 있어.” 생전엔 천재 취급은커녕 사이코, 정신병자로 몰린 경우가 허다했지만 말이다. 생각해보면 부잣집 영양들의 일탈보다는 천재의 일탈이 더 소소하다. 아무래도 천재라고 불린 그들이 대부분 특권 계층에 속해 있지 않았고, 오히려 경제적으로 아등바등 살다 갔기 때문일 것이다. 재벌 2세도, 극빈층도 아닌 우리가 일탈 초보로서 누군가를 따라 해야 한다면 과연 어느 쪽이 더 의미 있을까? 부자의 돈 지르기식 일탈이 아니라, 천재의 4차원적 일탈에 더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아무리 돈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해도 지금 당장 이 직장을 그만둘 수는 없다. 우리는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하면서도 버리고 싶진 않다. 일상 속의 블루오션을 찾아내 일탈을 감행해보자 이 말이다. 일탈은 일상 ‘대신’이 아니라 일상의 ‘틈새’다. 일탈과 일상을 적절히 믹스하라 지금까지 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한다면, 그 심심한 일상에 범상치 않은 에피소드를 추가해보자. 에디터가 추천하는 방법을 따르면 간단하다. 1단계, 하고 싶은데 못 해본 일을 해본다. 2단계, 내 성격과 취향에 안 맞는다고 생각했던 일을 해본다. 평소 싫어했더라도 ‘이건 일탈이잖아’라는 기분으로 시도하면 느낌이 다르다. 이 단계까지 잘 소화해냈다면 궁극의 3단계에 올라서야 할 터. 그러나 3단계에 오르려면 혼자만의 비밀 상자에 넣을 만한 행위가 많으므로 스스로를 컨트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번 테마에서 우리가 인터뷰한 스타들 중 어떤 이는 ‘후회 없는 일탈’을 하라고 했지만,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선에서 저지르고 후회하는 편이 낫다고 감히 주장하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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