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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시나리오! 당신은 안전 낭만주의자인가? (소방방재청 잡지 <세이프 코리아>] 2010 1st.) *최진주 기자의 레알 기사* editor choe's column


 

나한텐 절대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거야!!! 웃기시는 소리입니다.
당신은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안전낭만주의자인 당신이 꼭 읽어야할 글!!! 
소방방재청 계간지 <세이프코리아>에 썼던 기사를 전체공개할게요^^




 

자연재해보다 인재(人災)에 더욱 공포를 느끼는 요즘, 헌터 S. 톰슨의 말에 더욱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신께 빌어라. 하지만 노를 저을 때는 배가 암초 근처로 가지 않도록 조심해라.”
여기 안전 낭만주의자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 있다.
실제로 재난이 닥쳤을 때 튀어나오는 ‘재난인격’, 그리고 위기에 대비하는 ‘의지’의 중요성을 심도 깊게 다뤘다.


 

글_ 최진주 기자(프리랜서)

사진_ 다른세상(02-2198-5910), 에코리브로(02-702-2530)




재난 인격을 키워라, <언씽커블: 생존을 위한 재난재해 보고서>


우리는 종종 화재, 지진 등 각종 재해의 한복판에 서 있게 되는 광경을 상상하곤 한다. 하지만 대다수 실제로 경험해본 적이 없기에 ‘나는 영웅처럼 사람들을 구해낼 거야.’ ‘침착하게 아이를 안심시키며 구조대를 기다릴 거야.’ 완성되지 않은 시나리오를 매번 새로운 이야기로 채우게 된다. 그러나 「타임」지의 재해 전문 기자 아만다 리플리는 <언씽커블: 생존을 위한 재난재해 보고서>에서 ‘재난 인격’이 우리의 예상과는 매우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언씽커블’이라는 제목은 중의적 의미로 다가온다. 사람들이 사고 및 재해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과 주기는 매우 한정되어있다. 인간의 본능은 불쾌한 생각에 대해 집중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훈련시켜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젯밤 뉴스에서 본 사건’이 나와 가족 그리고 지인에게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어 버린다. 한편으로 (생존자들에 따르면) 재난재해를 실제로 겪게 될 경우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고 ‘반사작용’만 존재한다. 그들의 눈에 비친 광경은 제3자의 관점으로 촬영한 뉴스 화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고 암울하다.


모든 재해의 공식 보고서는 사상자의 수, 담당자의 과오 등에만 초점을 맞춘다. 사건의 원인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현장에 있었던 ‘보통’ 사람들이 재해 직후 무엇을 했는가, 왜 그렇게 했는가,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보고서에서는 오로지 희생자로 등장하는 일반인들이 재해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 우리는 유니폼을 입은 구조대원들에게 많은 기대를 걸지만, 그들이 즉시 현장에 나타나지는 않는다. 결국 우리가 알아서 상황을 감당해야 한다. 재해의 크기가 클수록 스스로 헤쳐 나와야 할 시간은 늘어난다. 그런데 이 사실을 ‘생존자’가 된 후에야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미국에서 일어난 재난들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으나, 내용은 마치 한국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허리케인은 매년 똑같은 때에 똑같은 장소에서 발생하지만 사람들은 매년 똑같이 충격을 받는다. 매년 공식적인 비상사태를 선포하지만, 그 사이 우리는 다음 태풍이 올 때까지 판을 키운다.’ 홍수, 폭설, 산불 등 온갖 재해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와 다를 바 없다. 특히 최근 수년간 한국 땅에서 늘기 시작한 지진 현상을 떠올려보라. 영향권이 아니라는 지질학적 행운에만 감사하고 있기엔 그다지 여유롭지 않다.


공포는 순간적으로 초인적인 힘을 주는 동시에 인체를 혼란에 빠뜨린다. 구명조끼를 입는 방법이나 안전벨트를 푸는 단순한 방법까지 잊어버릴 정도로 인간의 뇌는 서툴러진다. 취재원 중 한 명에 따르면, ‘아이큐의 반을 잃어버린다.’ 뛰어야할 순간에 온몸이 마비되고, 반대로 도망가야 하는데 도리어 위험한 곳으로 발길이 간다. 훈련을 하지 않은 뇌가 일으키는 가장 기본적인 공포 반응이다. 인류가 발전시킨 온갖 테크놀러지도 인간의 뇌를 바꾸지는 못했다. 


이를 교정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다. 필요한 능력을 갖추고 있던 사람은 생존확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믿고 안심할 수 있어서 이후의 심리학적 문제에도 잘 대처할 수 있었다. 또한, 자신 외에 더 많은 인명을 살려낼 수 있기도 하다. 거창한 응급처치법이나 구조법이 아니라, 비상계단이 어느 쪽인지 아는 것도 ‘능력’에 해당된다.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확인한다면 결과는 전혀 달라지는 것이다.


다시 책 제목으로 돌아가자.
우리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
걸음을 멈추고 생각하는 사이,‘생존자’에서 ‘희생자’ 리스트로 넘어가게 된다.
그러니 약간의 훈련과 경험으로‘영역’을 넓혀라.
생각의 영역이 아닌 무의식적인 반응의 영역을 넓히라는 의미다.


이 책의 결론은 단순하다.
당신의 재난인격은 생각보다 원시적이고 연약하다. 하지만 그만큼 적응력도 뛰어나다.
이제는 재난인격을 훈련시킬 차례다. 생각이 필요 없도록 말이다.


 

경험치를 끌어올려라, <최악의 시나리오: 범지구적 재난에 대한 효과적 접근법>


아만다 리플리가 ‘안전의식’과 ‘안전 훈련’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최악의 시나리오>의 캐스 R. 선스타인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는 의지에 주목한다.

최근 교통사고를 겪은 사람이 운전대를 못 잡는다거나, 폭력 범죄에 노출된 사람이 낯설고 외진 곳에서 공황 상태에 빠지는 경우를 흔히 접했을 것이다. 경험자들은 차후에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개인적 예방 및 정부 차원의 관리를 요구한다. 반대로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의 반응은 무심하다 싶을 정도로 약하다. 즉, 개인의 경험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리는 사람들의 직관과 분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주체가 개인일 때, 사람들의 지불의지는 상당히 낮다. 이 영역의 ‘지불’은 ‘정부’ ‘자동차 업체’ 등 모호한 집단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화폐 가치 평가에서 사람들은 미래 소비에 비해 현재 소비를 지향한다. 즉,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미래의 재해 때문에 현재의 돈을 쓰게 되는 일을 억울하게 생각한다. 또한, 앞 책에서 언급했던 ‘훈련’을 하고자 하는 의지는 터무니없는 낙관주의 때문에 약해진다. 약 90퍼센트의 운전자들은 자신이 평균 이상의 운전 실력을 갖고 있으며, 대형 교통사고가 사진에게 직접 다칠 위험은 평균 이하라고 믿고 있다. 또한 노동자들은 직업과 관련된 위험에 노출되어있으나 습관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무시하곤 한다. ‘제정신으로 살기 위해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현실이 안전하다는 환상을 공유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스스로 안전의식을 누그러뜨리는 경향이 있다.


주체가 정부라면 지불의지가 좀 나아질까? 이 책에 따르면 미국은 9.11테러 사건 이후 테러 예방 조치에 엄청난 재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여타 다른 재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한국의 사정도 비슷하다. 지하철 화재 이후 지하철의 의자 소재를 바꾸고, 방제 장치를 늘렸다. 뭔가 대중을 충격에 빠뜨려 불안과 공포에 떠는 상황이 전개될 때쯤에야 예산을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가끔은 버스 정류장, 지하철역의 휴지통을 없애는 등 탁상행정의 낭비벽이 재현되기도 한다.) 정부는 정치적으로 부각될 수 있는 ‘경제’ ‘방위’ 같은 한정적 사안에 예산을 쏟는 경향이 있다. 또한 정부의 ‘훈련 의지’는 안전의식, 안전관리를 강화하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우리는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는 규칙을 공공장소의 화장실 칸칸이 붙어있는 금연 스티커를 통해 교육 받았다. 우리네 안전불감증과 개인의 낮은 의지를 감안한다면 정책 차원으로 ‘세뇌’ 작전을 펼칠 필요도 있다.


많은 책들이 재해 발생 시 우리가 입는 손해에 대해 이야기한다.이 책은 현 세대의 의지박약이 미래 세대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게 될지 염려한다. 우리는 미래 세대(먼 얘기로 느껴지겠지만, 가깝게는 우리 아이들도 포함된다)에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줄 어떤 권리도 갖고 있지 않다. 반대로 의무를 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아이를 데리고 어떻게 빠져나올까?’를 고민하는 것보다 위급상황에서 어떻게 빠져나오는지 아이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물론 ‘최악의 시나리오’만을 생각하는 것은 확실히 피곤하고 불쾌한 일이다.
그러나 즐거운 인생은 잠재적인 ‘최악의 시나리오’의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당신이 한 가지 대비책을 세우면 신은 비웃겠지만, 두 가지 대비책을 세우면 신은 당신에게 미소를 보낼 것이다.'라는 속담이 책 한 귀퉁이에서 경종을 울린다.




 

아만다 리플리는?

「타임」지의 기자로, 뉴올리언스에 상륙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에 관한 그녀의 보도 덕분에「타임」지는 두 차례나 내셔널 매거진 어워드를 수상했다. 그녀는 우리 시대의 끔찍한 재난, 재해를 다양한 방식으로 취재해왔다. 생존자들이 사고 당시 ‘어떤 생각’을 했으며 ‘어떤 행동’을 통해 살아남았고, ‘어떤 회복력’으로 일상에 적응했는지를 추적한 <언씽커블: 생존을 위한 재난재해 보고서>는 재난 전문가도 알아내지 못하고 재해 정책 담당관도 생각지 못했던 일면을 공개해 많은 전문 인력들에게서 찬사를 받았다. 이 책을 쓰는 과정에서 자신의 뇌를 스캔해보기도 하고, 추락한 비행기에서 탈출하는 것이 어떤 상황인지 직접 알아보기 위해 생생한 모의 훈련을 체험함으로써 기자의 3인칭 관점이 아니라 1인칭의 시선으로 생존자와 눈높이를 같이 한 노력 역시 높이 평가받았다.


 

캐스 R. 선스타인

하버드대학 로스쿨 교수인 그가 미국 최고의 법률가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 <넛지>로 출판계의 새로운 바람이 되었으며 최근에는 오바마 정부에 합류해 규제정보국을 돕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 범지구적 재난에 대한 효과적 접근법>은 여타의 책들과는 달리 국가 간 손익, 유력 정치인의 효과적 대중 선동법 , 빈부의 의식 차 등 정부와 개인의 재해 대책에 분명히 연관되어 있으나 쉽게 언급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들을 거론해 이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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