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lloween styling
*마녀의 일반인 코스프레*
악마가 노래하고 유령이 춤추는 할로윈 데이.
마녀도 인간 세계로 놀러온다.
마녀의 ‘일코’는 아주 쉽다.
할로윈의 달밤에 당신이 만났던 낯선 그 아이는 마녀일지도 모른다.
editor·CHOE JINJOO
photographer·LEE WANKI
stylist·LEE YUNJUNG
hair & makeup·JO YEONHEE, JO YUNJUNG(HAIR NEWS) Model·KIM MISO
Cooperation·DESIGN TOCTOC(www.designtoctoc.com), LOVE SISTERS(www.lovesisters.co.kr)
A witch and her frog
아아아악! 심심해!!!
마녀는 누워서 공중을 향해 하이킥을 했다. 심심해 미치겠돠!
100년 전에는 꼬마 녀석들이 가끔 찾아와 창문 밖에서 힐끔거리기도 해서 고 녀석들 놀려 주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이제는 코빼기도 안 보인다.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시는 말씀을... 요즘은 그놈들이 죄다 컴퓨터라는 이름의 기계 앞에서 놀기 때문에 마녀 따윈 잊어버렸을 걸요? 에헴~”
“시끄러 이 깨구락지 녀석아!”
마녀는 벌떡 일어나 개구리 세바스찬을 뻥 차버렸다.
꽥! 발라당 뒤집힌 녀석의 뒷다리를 잡고 들어 올리자 세바스찬이 꾸루룩거린다.
“뭐? 마녀 따위? 말 다 했냐?” 마녀가 당장이라도 가마솥에 지렁이랑 처넣고 휘휘 저어서 마법스프를 만들어버릴 것 같은 표정을 짓자, 세바스찬은 알아서 기기로 했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그 역시 상급 마물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마법은 부릴 수 있다. 50년 배운 마법들이 죄다 마녀를 위한 도구로 쓰인다는 것이 문제이지만.
마녀는 의자로 변신한 개구리 위에 앉았다. 인간들이 마녀를 잊었다고? 왠지 쓸쓸해졌다. 엄청 친하다고 말하긴 뭣하지만 30년 전만 해도 가끔 짝사랑을 이루어달라며 쿠키를 만들어온 소녀가 찾아오기도 했었는데. 아 맞다. 그 아이에게 고맙다며 박쥐 똥 섞인 케이크를 먹였더랬지. 억지로 먹고 웩웩 토하고 있는 소녀의 등을 두들겨줬지 아마? 크크크. 옛날 생각을 하면서 킥킥대던 마녀에게 세바스찬이 제안했다.
“마녀님, 차라리 직접 인간 마을로 놀러 가시는 게 어떨지?”
“내가? 왜? 뭐가 아쉬워서?”
“아이구 마녀님도 너무 오래 사셨나 봐요. 오늘은 할로윈이잖아요~”
뭐? 오늘이 할로윈이었어? 달밤에 온 세상의 마녀들이 모여 춤추는 그
마녀의 일반인 코스프레
악마가 노래하고 유령이 춤추는 할로윈 데이. 마녀도 인간 세계로 놀러온다.
마녀의 ‘일코’는 아주 쉽다. 할로윈의 달밤에 당신이 만났던 낯선 그 아이는 마녀일지도 모른다.할로윈? 인간들이 유령과 괴물과 마녀 코스프레를 하면서 다니기 때문에 진짜인 우리가 인간 틈에 끼어 돌아다녀도 전혀 티가 안 나는 그 할로윈? 마녀는 급흥분하여 세바스찬의 말에 뼈가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채 폴짝 뛰어내렸다. 옷장을 향해 손뼉을 두 번 짝짝. 문이 열리고 걸려 있던 옷들이 줄을 지어 나온다. 마녀가 거울 앞에 서자 허공에 걸린 옷들이 하나하나 마녀 앞에 선다.
“마녀님, 그 옷은 좀.... 너무 오버 아닌가요?”
“닥쳐, 깨구락지. 내가 이래봬도 마녀 패션지 ‘마피’ 모델 1기 출신이라고. 이 몸이 입으면 노숙자의 옷이라도 빈티지로 탈바꿈된단 말씀!”
암요. 그렇구말구요. 아이구 우리 마녀님 연예인 같네. 세바스찬은 패션쇼를 벌이고 있는 마녀에게 대충 추임새를 넣어주며 파리 하나를 꿀떡 삼켰다. 마녀님의 엉덩이가 무거워서 버티기 어려웠기 때문에 얼른 인간 마을에 내려가라고 얘기한 건 결코 아니다 캬캬캬~
“세바스찬! 나 머리 좀 묶어 줘.”
룰루랄라~ 나는야 ‘양서류’계의 헤어 스타일리스트. 세바스찬은 마녀의 시크한 얼굴에 귀여운 분위기를 더하기로 했다. 앞머리를 뒤로 넘겨 정수리에서 바짝 한 번 묶은 후 느슨하게 따준 다음, 땋은 머리를 돌돌 말아 변형 사과 머리 완성! 마녀가 이 능글능글한 개구리를 이토록 구박하면서도 옆에 두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능력 때문이 아닐까? 헤어스타일이 맘에 든 마녀가 칭찬을 남발하며 세바스찬을 쓰다듬어주려 하자 시크한 세바스찬 이렇게 답한다. “마녀님, 제 피부가 축축하다는 걸 잊으셨군요.”
+
옷 입고 머리 하는 사이 벌써 달이 떠올랐다. 마녀는 마음이 급해졌다. 아무래도 전등을 들고 길을 나서야 할 것 같다. 마녀의 집은 키다리 나무가 그득그득한 숲속 한가운데다. 밤이 되면 칠흑같이 어두워서 나다니기 힘들다. 비타민 A를 좀 섭취해야겠군, 요즘 밤눈이 어둡다. 난쟁이 초를 가져가야 하나 고민하는 마녀 앞에 세바스찬이 기세등등하게 나섰다.
“걱정 마세요 마녀님. 제가 있잖습니까.”
세바스찬은 냉장고로 뛰어올라 냉동실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그가 지난 여름 먹다 남겨둔 곤충더미가 종류별로 비닐봉지에 싸여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개구리 세바스찬, 그의 정체는 알뜰주부!!!) 그는 그중 반딧불이 봉지를 꺼내 마녀에게 내밀었다.
“히히, 세바스찬은 역시 살림꾼이얌~”
마녀는 봉지를 열어 꽁꽁 얼어 한데 뭉쳐 있는 반딧불이들을 조명 속에 탁탁 털어 넣었다. 그리고는 후~ 숨을 불어넣었다. 화르륵. 따뜻한 바람의 마법. 얼음이 녹자 몸이 풀린 반딧불이가 한 마리씩 떨어져 나오며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집 잘 보고 있어. 다녀올게~”
+
반딧불이에 의지해 산길을 걷던 마녀. 평소 ‘운동 따위는 개나 줘버려’가 인생관이라고 외쳐왔기에 금방 다리가 아파왔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째서 마녀가 빗자루를 안 타고 사람마냥 두 다리로 걷고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야할 필요가 있다. 사실인즉슨, 10년전 이맘때 마녀들이 모였던 밤, 모닥불 옆에서 신난다고 까불거리다가 빗자루를 태워 먹었다. 뒤늦게 알고 빗자루를 꺼낸다며 울고불고 설치다가 산불까지 나 달밤에 불 끄느라고 모든 마녀들이 얼굴에 재를 묻혀가며 온산을 돌아다녀야 했다. 마녀에게 빗자루란, 자동차 같은 ‘운송수단’이면서 마법의 레벨을 증명하는 등록증과 같다. 타 버린 빗자루는 하늘을 날지도 못하고, 등록증의 기능도 사라지며, 하다못해 진짜 빗자루로도 쓸 수 없다. 마녀선도위원회에서는 대형 사고를 친 마녀에게 20년간 할로윈 밤의 마녀 댄스파티 참가 불가를 명했고, 제대로 보필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세바스찬은 10년간 개구리로 살게 되었다. 게다가 벌점 20점까지! 이미 야금야금 벌점 30점을 받은 상태였던 마녀는 결국 50점을 채워버려 등급까지 1단계 내려가고 말았다.
(덕분에 50년 전에 한 남자 마법사를 사이에 두고 다툰 적이 있는 동갑 마녀에게 존댓말을 해야하는 굴욕까지 겪어야 했다. 이 얘기
를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은 비밀이다. 까칠해진 마녀가 당신의 집에 거머리 비를 내릴지도 모르니까.)
훗, 난 빗자루 따위 없어도 돼.
울적해지려는 마음을 시크한 표정으로 다잡으며 마녀는 주문을 읊었다.
“벌룬라이크벌룬밤!”
통통하게 부푼 풍선들이 나타났다. 마녀는 풍선 꼭지를 꼭쥐고 하늘을 날았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집이 보인다.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세바스찬 저 자식, 나 없는 사이 또 뭘 해먹으려는 거야-_-”
어두컴컴한 숲을 지나고, 텅 빈 들판을 지나니 드디어 불빛이 번쩍번쩍대는 인간마을 도착!
타고 온 풍선이 좀 유치하지 않을까 마을 입구에서 고민한 것이 시간낭비였나 보다. 바람에 실려 춤을 추는 거대한 인형 풍선을 기가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누가 툭툭 친다.
“응?”
“사탕 주세요.”
꼬마 두 명이 빤히 올려다보고 있다. 얘들은 날 언제 봤다고 사탕을 달래?
그리고 그 바구니에 사탕이랑 과자랑 가득하구만, 욕심만 덕지덕지 붙어서 말이야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냐 이 놈들아!
그러나 하고픈 말을 꾹 참고 세바스찬이 가끔 내는 다정한 목소리를 흉내내며 말했다.
“사탕은 없는데? 대신에 풍선이라도 줄까?”
“에이, 풍선은 먹을 수도 없고 금방 쭈그러들잖아요. 싫어요. 얼른 사탕 주세요!”
“얘네들 진짜 웃긴다. 없는 사탕을 어떻게 주니?”
+
짜증이 난 마녀가 뒤돌아 가려 하자, 한 아이가 풍선에 달린 끈을 홱 잡아챘다.
까만 하늘로 풍선이 두둥실 떠오른다.
바람에 실려 어딘가로 뿔뿔이 흩어진다.
“아하하하~ 완전 마녀같이 생겨가지고!!!”
“이것들이..............”
저놈들을 지붕에 매달아 놓고 세바스찬한테 올챙이 좀 공수해오라고 해서 배터지게 먹일까?
아니면 옆집 마법사 아줌마의 생쥐 창고(한 달 전에 암컷 20마리가 각각 9마리씩 출산을 했다지!)에 가둬둘까?
도망가는 녀석들 머리끄댕이를 잡아 끌어오고 싶었지만, 피해자인 자신을 힐끗 바라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니 왠지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지친 마녀는 파티 소품을 파는 가게 앞 의자에 앉았다. 발을 대롱대롱 구르며 지나가는 사람 구경이나 하자.
가게 안은 코스프레 의상을 입고 벗느라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마녀는 이미 코스프레 중이니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가게 주인이 빼꼼 나오더니 버럭 소리를 지른다.
“학생! 안 살 거면 저리 가 있어. 여긴 우리 손님들 앉는 자리라고.”
즐거운 할로윈의 밤. 모든 인간들이 유령 코스프레를 하고 돌아다니는 이 거리에서,
아무도 인간을 코스프레한 마녀를 알아봐주지 않았다.
마녀는 집에 돌아가고 싶어졌다.
+
“벌룬라이크벌룬밤!”
다시 주문을 외웠다. 그러나 기력이 떨어져서인지 반응이 없다.
이런 젠장. 아까 그 놈들이 풍선을 날려 보낸 탓에 걸어서 돌아갈 판이다.
터벅터벅 한참이나 걸었는데 이제야 마을 입구다. 하아.....아침 해 뜰 때까지 걸어가야겠네.
그런데 마녀의 눈앞에 어디서 많이 본 것들이 둥둥 떠 있었다. 제멋대로 날아간줄 알았더니 주인보고 찾기 쉬우라고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네.
착한 놈들.
풍선을 타고 붕 날아올랐다. 이제 컴백홈이다!
마녀는 문을 발로 뻥 차서 열며 소리쳤다.
“세바스찬!!! 나 왔어!!! 엥?”
개구리가 쭈그리고 있어야 할 자리에 검은 옷을 입은 소년이 서 있었다.
“뭐야, 어떻게 돌아온 거야!”
소년의 붉은 입술이 열렸다.
“마녀님, 이제 10년이 지났잖아요. 어서 손 씻어요. 케이크 만들어놨어요.”
훗, 잔소리쟁이. 하지만 아주 다정한 목소리.
우리만의 할로윈 파티를 열자.
하나도 외롭지 않고, 정말 정말 행복한.
story by CHOE JINJOO
*이 포스팅은 SSUPY(써피) 10월호에 실린 패셔니스토리(fashionistory)로서,
글의 저작권은 최진주(바람의 머리카락)에게 있습니다.
상업적 사용을 금지하며, 비상업적이라도 저작권법에 저촉되는 행위라면 지구 끝까지 쫓아갑니다.*
음...패션&뷰티 밸리에서 인기글이 되었던 모양인데 시간이 한참 지나서인지 이미 내려갔어요.
증거가 없네요 큭. 이건...막 뒤섞여 있는 전체 테마 인기글에서 겨우 발견한 인증페이지-_-
나름 투데이 핫블로그에도 올라간 모양이로구만 쳇. 인증 좀 해보려니깐.
*몇몇 소품은 에디터가 직접 D.I.Y한 것임.(관련 how to는 따로 포스팅 예정 -요즘 마감이라 포스팅에 시간이 좀 걸립니다요)
scene #1
마녀, 심심하다
블랙튤원피스 잘난걸 가격미정, 블랙슈즈 SJSJ 가격미정, 스트라이프 니삭스 동대문 4천원
scene #2
마녀, 인간 세계로 내려가볼까?
기장이 긴 화이트 원피스블라우스 예스비 10만8천원,
블랙 팬츠 스커트 오조크 15만9천원, 징이 박힌 블랙 베스트 예쎄 7만9천8백원, 블랙슈즈 SJSJ 가격미정
scene #3
마녀, 빗자루 대신 풍선을 타다
블랙셔츠 쉬즈미스 가격미정, 체크무늬
베스트 키작은남자 3만4천원, 데님 핫팬츠
쉐인진 6만원대
scene #5
마녀, 조금 외롭다
아코디언프릴블라우스 티니위니 7만9천원
scene #6
마녀, 파티를 열다
베이지맨투맨 톰스토리 가격미정, 도트무늬레깅스
스타일리스트소장품, 화이트슈즈 프리데릭 11만5천원
and the last magical page for U!
러브시스터즈의 슈가 컵케이크들.
덧글
정말 입고 싶을 정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