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몇달 전에 쓴 거니까!!
<기적의 오디션>은 이미 방송 중.
<신입사원>은 초반의 열기에 비해 확 떨어져서 막 내림.
TV 산책 코너는 문화 칼럼인데 근래 문화쪽을 많이 못 건들고 있기에 무척 재미나게 쓰게 된다.
오디션, 강자를 향한 열망 혹은 몸부림
어제까지 별 볼 일 없던 옆집 딸이 갑자기 TV 오디션에 출연하더니 탈락했는데도 ‘스타’가 되었다? 스타를 꿈꾸는 수많은 이들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평범한 대중들의 눈을 사로잡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어째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며 재미와 만족을 느끼는 것일까?
글| 최진주(객원기자)
사진| CJ미디어, MBC

오디션 프로그램 언제 생겨났나?
세계적으로 봤을 때 오디션 포맷의 TV 프로그램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이미 2000년대 초반 <아메리칸 아이돌> <브리티시 갓 탤런트> 등 영미권에서 시작된 프로들은 아직까지 시즌을 거듭해오며 다양한 엔터테이너들을 배출해내고 있다. <아메리칸 아이돌> 방영 초기, 국내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한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방송 당시 큰 화제를 모았고 실제로 프로그램과 동일한 이름의 아이돌 남자 그룹 ‘악동클럽’을 배출했지만 결과는 실패. 당시 잘생긴 고교 밴드 보컬이었던 김재욱도 <악동클럽> 예선에 등장했으나 '록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순위권을 포기했다. 그가 포기하지 않았다면 악동클럽이 되었을 확률이 높고 그랬다면 모델 김재욱, 그리고 지금의 배우 김재욱은 없었을 것이다. 김재욱이 자신의 결정을 다행스럽게 생각할 정도로. ‘악동클럽’은 철저히 실패했다. 이후 수년간 오디션 포맷의 프로는 공중파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후 케이블 TV에서 <도전 슈퍼모델>(원제: American next top model), <프로젝트 런웨이> 등이 방영되면서 드라마에 지친 젊은 층 마니아를 흡수했지만 케이블 채널이라는 한계점 때문에 방송 트렌드를 흔드는 계기는 되지 못했다. 오디션을 방송 트렌드로 급부상시킨 기폭제는 바로 엠넷의 <슈퍼스타K>. 8%대였던 시즌 1조차도 당시 케이블업계에서는 괄목할만한 수치. 그리고 상위 10위권 출연진 모두를 스타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시즌 2는 18%대로 매회 엄청난 주목을 받았으며, 프로그램의 수익률 역시 높았다.
이를 기점으로 게임과 토크 이후 별다른 재미를 못 보고 있던 공중파 예능에서 새로운 포맷인 '오디션'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시작은 MBC가 했다. <위대한 탄생>은 공중파 방송의 ‘me too' 전략, 즉 히트 상품 따라 하기 전략의 결과물이다. 다급히 시작했기에 초기에는 ‘베끼기에 급급하며 발상이 안일하다’는 여론이 있었으나 현재는 <슈스케>와는 또 다른 심사위원들과 출연자들의 매력으로 승승장구 중이다.
공중파 방송국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새로운 방송 트렌드’를 철저히 활용하려고 작정한 것 같다. 특히 적극적인 MBC는 <위대한 탄생> 외에도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인 <우리들의 일밤>을 <나는 가수다>와 <신입사원>으로 구성했다.(<나가수>의 경우 여러 가지 사건 끝에 한 달 간 결방하고 있으나 MBC 아나운서를 뽑는 과정을 ‘예능’으로 만들어버린 <신입사원>도 어느 정도 인기를 얻고 있다.) SBS는 현재 연기자를 뽑는 <기적의 오디션>의 지역 예선을 진행하고 있으며 KBS 역시 올해 하반기에 가수를 제외한 전 분야의 엔터테이너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슈스케>의 성공에 힘입어 케이블 방송에서도 상당히 많은 프로그램이 제작되고 있다. tvN에서 <코리아 갓 탤런트>(<브리티시 갓 탤런트>의 한국 버전)가 방송될 예정이며, 4월초 방영을 시작한 <오페라 스타> 역시 <나는 가수다>처럼 연예인들의 도전기를 보여주어 주목받고 있다.
내가 스타를 만든다
연예인, 특히 가수를 장래희망으로 꼽는 초등학생의 비율은 약 35%. 이는 90년대에 비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치이다. 철없는 아이들만 스타를 꿈꾸는 건 아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더라도 중학생부터 아이 엄마까지, 무당부터 보일러 기사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직업 종사자들이 예선에 참가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급부상하면서 대중은 스타가 된다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느끼게 된다. 쉽게, 그리고 즐겁게 오디션에 임하는 출연자들을 보며 '나도 한 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성장과 발전을 보여주기엔 너무나도 급박한 스케줄과 경쟁에서 비롯되는 심리적 압박, 공개적인 비난에 의한 스트레스와 분노, 그리고 원치 않는 사생활 노출 등은 대중의 시선에서 배제된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이 단순히 ‘나도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연예인을 꿈꾸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그렇지 않은 사람의 비율이 훨씬 많으며 그저 오디션 프로그램을 즐겁게 보는 ‘시청자’의 위치로 만족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청자들은 적극적이다.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위해 돈을 주고 투표하고 댓글을 달며 안티들과 싸운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신’으로서 프로그램의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심사위원 모두가 독설을 퍼붓더라도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원한다면 그는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슈퍼스타K2> 출연자 중 김그림의 경우 상당한 실력과 무대 매너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기적인 태도와 순간적인 거짓말(당시 심사위원들은 몰랐으나 방송에서 그대로 노출되었다) 탓에 상위권에 들지 못하고 탈락했다. 기획사가 컨트롤하고 스스로 ‘신비주의’를 자처할 수 있는 연예인들에 비해 오디션 프로그램의 등장인물들은 사생활이나 치명적인 과거사(미성년자일 때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찍은 사진, 욕을 써놓은 홈페이지 등)를 쉽게 들키고 만다. 뿐만 아니라, 연예인들이 쉽게 하지 않는 실수 즉 '실제로는 아니더라도 카메라가 돌고 있을 때는 착한 척을 유지한다'는 불문율을 깜빡 잊는다. 그리고 이런 작은 실수에 시청자들은 격렬히 반응하고 이것이 그들의 승패를 좌우한다.
또한 결승에서 스타성이 훨씬 충만한 존박이 아니라 중졸 배기공 출신의 허각을 선택한 대중들의 마음은 무엇일까? 허각이 정말 존박보다 훨씬 노래를 잘 불러서? <슈스케>에서 떨어져도 왠지 잘 살 것만 같은 존박과는 달리, 허각은 상당히 불행한 과거와 현재를 갖고 있으며 이번 기회가 사라지면 영원히 괴로운 삶을 살 것처럼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존박은 3억 없어도 돼. 그냥 허각이 받았으면 좋겠어." 만약 존박이 1등이 되었다면 2등의 허각은 그저 그런 삶을 살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출연자들은 아직은 스타가 아니며 아직은 '일반인'에 불과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점에서 일반인 신분을 벗어났으나, 대중의 공감을 사고 한 편으로 대중에 의해 쉽게 상처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일반인’이다.
‘오디션=평등’이란 공식을 믿는다
사람들은 '오디션'이라는 포맷을 '평등'이란 이념의 결정체라고 생각한다. 모 기획사의 여자 아이돌 그룹 중 한 명이 사장님의 조카더라…혹은 스폰서를 잡으면 쉽게 스타가 될 수 있다… 같은 카더라 통신은 종종 사실로 밝혀지면서 많은 이들을 좌절로 몰아넣는다. 수많은 이들이 스타를 향해 뜀박질하지만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일정 기준에 부합하더라도 '타이밍' 혹은 '운' 때문에 스타가 되지 못하는 아까운 사람들도 많다. 이는 비단 연예계 뿐만이 아니다. 사회 전체가 그렇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입시와 취업, 승진과 사업, 심지어 결혼과 육아에서도 기회의 여신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깨달아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디션에 열광한다. 오디션이 모든 이에게 평등한 기회를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부자 아빠가 없더라도, 잘생기지 않더라도 실력과 가능성만 받쳐준다면 충분히 '선택'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대중의 생각 덕분에 남보다 슬픈 과거사, 남보다 힘들었던 경험을 가진 출연진이 더 큰 인기를 누리게 된다. ‘배경’ 없는 사람도 공평한 기회에 따라 승리할 수 있음을 보는 것만으로도 대중은 희열과 만족을 느낀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청자들은 하나같이 '평론가' 혹은 '심사위원'이다. 각자의 마음속에서 매일같이 1위를 뽑고, 또 한 명을 탈락시키며, 자신이 좋아하는 출연자가 탈락했을 때 슬퍼하고, 싫어하는 출연자가 살아남았을 때 욕을 퍼붓는다. 다른 프로그램의 시청자들이 제3자라면,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청자들은 1인칭 관점으로 방송을 본다. 이는 다른 프로그램이 따라할 수 없는 오디션만의 차별성이다. 우리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며 출연자에게 공감하고 스스로를 출연자와 동일시한다. 그들의 용기와 도전, 환희와 기쁨에 감정이입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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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평등’이란 생각은 <나는 가수다>를 보는 관점에서도 대입된다. 김건모의 대도전이 지탄을 받은 이유는, 단순히 룰을 위배해서가 아니다. 가수 선후배들 사이에서 어떤 것이 예의이며 어떤 것이 서열이라는 것은 대중이 알 필요도 상관할 필요도 없는 요소이다. 우리가 보는 것은 그들만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뿐이다. 나이, 경력, 집안, 학벌, 경제력 상관없이 철저히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전제가 무너질 때 대중은 분노하게 된다.
오디션 특성상 반드시 결합될 수밖에 없는 '서바이벌'이란 요소는 시청자들에게 극도의 스릴을 제공한다. 현장에서 모두의 공연을 지켜본 현장평가단, 즉 관객의 결정, 나아가 대중의 결정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대중의 생각을 무시하는 태도 역시 시청자가 분노했던 이유 중 하나다. 이후에 방영된 분량이 아무리 훌륭한 공연이었다고 해도 김건모의 재도전이 받아들여진 것은 결코 덮을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새로 들어오기로 한 가수가 '재도전' 때문에 대기실에서 늙어 죽는다는 가상뉴스가 결코 우습기만 하지는 않다. <나가수>는 오디션과 서바이벌이란 개념과 정의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슈스케 사진들 방출-슈스케 위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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