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ual novel project vol.3
<웨딩피치: 가오나시의 신부>






visual novel project vol.3
<웨딩피치: 가오나시의 신부>
director&writer | Jinjoo Choe(pearl)
model | Sanghyun Park
visual assistant | Taehee Kim
stylist | Yunjung Lee
styling assistant | Myojung Kim
location | Yongsan park in seoul, korea
cooperation | 'Dream of children'(Siyun Choi) & 'Present'(Pyunggon choi)
밤중에 그녀가 찾아왔다. 결혼을 하게 됐다고 한다. 우리 마을을 지켜주는(혹은 지배하는) 신(혹은 괴물)은 참으로 전형적이게도 처녀만 데려간다. 공식적으로 처녀인 그녀는 신부(혹은 제물)의 자격에 꼭 맞았다. 왜 그녀가 제물이 되었는지는 나로서도 알 수가 없다. 순서대로 돌아가는데 이번이 그녀의 집 순이었는지, 괴물이 그녀를 택했는지, 그녀가 자청했는지, 아니면 그녀의 부모가 딸을 팔았는지. 확실한 건, 그녀의 재수가 그리 아름답지는 않다는 것.
그녀는 결혼을 꿈꿔왔다. 이런 결혼을 하고 싶다고 조잘대곤 했다. 드넓은 초원의 100년 된 나무 그늘 아래에서. 웨딩드레스는 꽁무니는 엄청 길게 돌아보면 상큼하니 무릎 위로 올라오는 언밸런스 커팅으로. 부케는 꽃다발 말고 동글동글 볼모양으로. 부케를 던질 땐 발로 뻥 차야지 크크크.
그녀는 활발하고 긍정적인 사람이다.
잘 웃었다. 심지어 슬플 때조차도.
그녀의 웃음소리를 듣는 건 참 좋았지만 슬플 때의 웃음은 그리 보고 싶지 않다.
그럴 때면 나는 통통한 볼을 잡아 활처럼 삐죽 올라간 입꼬리를 억지로 내리며 ‘지금은 울 때야.’라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 나면, 그녀는 처음부터 울었던 것처럼 왕방울만한 눈물을 떨어뜨리며 허공이 울리도록 대성통곡을 하곤 했다.
그런 그녀가 결혼선물로 웨딩 촬영을 해 달란다.
누구와 하건 자기 결혼식을 영원히 남기고 싶다나?
칙칙한 걸 싫어하는 그녀답다.
한번뿐인 웨딩이니 쿨하게, 예쁘게, 기분 좋게 남기고 싶다고 했다.
팬티만 걸친 채 시냇물에서 함께 퐁당퐁당대던 시절부터 베스트 프렌드였던 나는 혼쾌히 알겠다 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좋은 장소를 찾아다니며 웨딩 촬영에 돌입했다.
오직 신부만 등장하는 웨딩 촬영.
이건 마치 궁녀들이 평생 왕을 모시기로 다짐하며 궁궐 뒷마당에 숨어 나 홀로 혼인식을 치르는 것과 같다. 성은을 입으면 왕의 아내가 된다. 성은을 입지 않더라도 그녀들은 왕의 예비 정부다. 죽기 전까지 다신 궁궐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지금까지 괴물의 신부가 된 누나들도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궁녀들이 그녀보단 낫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는 있으니까. 신부가 되는 순간 뼈를 슥슥 발라내 피가 엉긴 살을 씹어 먹는 건지, 아니면 정말 평생(그 존재한테 평생이란 개념이 있긴 한 걸까)의 아내로 데리고 사는 건지, 죽으면 시신을 우리 세계로 돌려보내는 건지.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 정보는 부족하고, 상상은 현실만큼 잔인하다.
혼인날 아침.
하객은 심플하다.
동장님, 부모님, 여동생 그리고 나.
(나는 웨딩카의 운전기사이자, 카메라맨이자, 들러리다.)
그리 행복하지 않은 결혼식은 소문내지 않고 쉬쉬 헤쳐 버리는 게 낫다.
마을은 조용하다.
이 동네에서 움직이고 말하고 우는 사람은 우리뿐이다.
마을 회관의 뒷방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가장 예쁜 드레스를 입고서 거울 앞에 서 있다.
거울을 통해 나를 돌아보며 웃는다.
이쁘지? 히히.
지퍼가 덜 올라갔다.
“잠깐만.”
나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았다.
그녀가 이 드레스가 예쁘다며, 꼭 사고 말겠다고 난리쳤을 때 난 말렸다.
그때도 지퍼를 올려줬지만 끝까지 올라가지 못했다.
그녀는 딱 맞는다며 우겨댔고, 나는 면사포를 머리 위에 씌워 등을 가려주며 모른 척하기로 했다.
심호흡을 하고 지퍼를 잡았다.
포동포동하던 등살이 사라졌나. 지퍼가 올라간다.
짤깍.
지퍼가 내려가지 않도록 꼭 눌러줬다.
어깨에 손을 얹은 채 말했다.
“살 빠졌네.”
어깨가 뜨겁다.
어깨를 으쓱한다. 히히 그러네.
쑥스러우면서 기쁜 듯 앞머리를 슥슥 내린다.
손톱에 물이 들었다.
꽃물 든 손톱은 화학적 매니큐어보다 훨씬 예쁘다.
“잠깐만. 이것 좀 들고 있을래? 나 손 좀 씻고 오게.”
화장실에 간 그녀 대신 혼자 남아 부케를 들고 있으려니 이 꽃뭉치를 보기 싫었다.
그래서 의자에 내려놓고 왔다 갔다 했다.
그녀가 나와서 부케와 나를 번갈아보더니 신경질을 부린다.
“그걸 그렇게 함부로 두면 어떡해. 이리 내놔.”
문을 여니 한 아이가 우릴 빤히 올려다본다.
누군가 하고 동장님을 쳐다보니, 괴물의 사자가 왔단다.
“안 도망가고 신부가 잘 있네요?”
이 아이를 꼬마 스틸이라 부르자.
하얗고 무심하고 딱딱하고 차가우니까.
마치 오늘 같은 녀석이니까.
이제 결혼식이다.
그녀가 원했던 초원. 100년된 나무를 한참 지나면 그 끝자락에 괴물의 동상이 있다.
하객들은 저 멀리서 우릴 지켜본다.
이곳에 서 있는 건 신부와 나뿐이다.
(내겐 그녀의 웨딩촬영을 끝까지 책임질 의무가 있다.)
그녀가 앞서서 걸어간다.
뒤에서 본 그 모습은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그녀의 가장 예쁜 뒷모습이다.
그녀가 천천히 동그란 부케를 치켜 올렸다.
찰칵찰칵.
셔터 소리가 들리자
그녀가 뒤돌아봤다.
카메라를 내리자, 앵글이 아닌 내 눈과 마주쳐버렸다.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간다.
찰칵.
그 미소를 잡고 싶어 한 번 더 셔터를 눌렀다.
꼬마 스틸이 말했다.
“신부여, 부케를 던져요. 높이.”
그녀가 힘껏 부케를 던졌다.
하늘 높이 떠오른 부케를 따라 카메라를 올렸다.
찰칵.
부케는 잔디밭으로 떨어졌다.
그녀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모두가 사라졌다.
어디에도 없다.
괴물도, 그녀도, 꼬마 스틸도.
파릇파릇한 잔디밭에 나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다.
부케와 함께 말이다.
허리를 숙여 부케를 집었다.
그녀가 사랑했던 이름 모를 꽃들의 집단.
다음 순간 카메라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save me.
통 큰 그녀가 좋아하던 커다란 꽃잎.
손톱으로 꼭꼭 눌러 잘근잘근 찍어낸 글씨.
실은 말이다.
나는 오늘 사랑하는 이를 잃었다.
카메라를 보며 웃는 그녀를 사랑했다.
낄낄거리며 날 놀리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리고 그이가 날 사랑했음을 오늘 알았다.
아니, 어쩌면, 나는 그녀의 끊임없는 S.O.S를 모른 척했을 것이다.
‘간택’된 순간 뛰쳐나와 내 방 창문을 부서져라 두드리던 조막만한 주먹을,
생머리를 꼬불꼬불하게 만들다가 고데기에 귀를 뎄던 웨딩촬영 날, 아픔의 정도보다 과하게 흘리던 눈물을.
웨딩촬영을 빙자해 결혼식까지의 시간을 나와 보내려 했던 그 마음을.
우는 하객들을 두고서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부팅 버튼을 누르고 옆에 놓인 부케를 멍하니 바라본다.
메모리칩을 꽂아 파일을 불러낸다.
내가 사랑하는 동그란 턱.
내가 사랑하는 붉은 주근깨.
내가 사랑하는 오물오물 입술.
마음 작은 남자가 모니터에 대고 뒤늦은 키스를 한다.
***커리어에 또! 변동이 생기면서 업데이트가 늦었습니다.
기다려주신 분들 죄송해요~~
음... 이건 지난번에도 한 소리네요ㅠㅠ
촬영을 무려 4월말에 했고, 글은 6월에 썼는데 9월말에 포스팅이라니.***
*이 포스팅은 펄과 케이가 함께 하는 비주얼 노벨 프로젝트입니다.
저작권은 최진주(바람의 머리카락)와 케이에게 있습니다.
상업적 사용(무단 전재 포함)을 금지하며, 비상업적이라도 저작권법에 저촉되는 행위라면 지구 끝까지 쫓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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