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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태원은 착하다(<이태원주민일기>저자 박길종 작가, 사이이다 작가 인터뷰) -<리빙센스 2011.6월호> *최진주 기자의 레알 기사* editor choe's column

인터뷰하면서 이태원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정신을 놓은 것이 문제였죠 하하.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 지난 지금도 어쩌면 앞으로도 영원히,
이태원 바깥의 사람들은 이태원이 어떤 이에겐 일상적인 공간이라는 사실을 모를 거라는 것이죠.


                                                           진짜 이태원은 착하다




UV의 <이태원 프리덤> 속 이태원은 우리가 생각하는 딱 그 이태원이다. 그러나 <이태원 주민일기>를 쓴 이들은 그렇지 않다고 항변한다. 9명의 주민 중 박길종, 사이이다 작가를 만나 이태원의 뒷골목을 미친 듯이 걸었다. 이방인으로서 지나쳤던 이색적인 거리를 벗어나 난생 처음 마주한 주민의 골목길에서 진짜 다른 이태원을 만났다.

진행 및 글: 최진주 기자 | 사진: 김지훈

 

◆ 이태원은 무섭지 않다
홍대는 한물가고 삼청동은 사람이 너무 많고 가로수길은 차가 너무 많다. 이젠 이태원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볼까? 우린 이태원이 조금 무섭다. 극단적인 예로, 이태원역을 지나는 지하철 6호선만 타도 ‘노린내’가 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외국인을 동물원 원숭이 보듯 하는 ‘단일민족’의 피 혹은 주입식 교육의 영향은 대단하다. 요즘 뜨는 이태원을 동경하면서도 우린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렇게 무서운 거리에서 주민들은 어떻게 살까?
박길종 작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건 오해야~.” ‘길종상사’를 운영하며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멋진 아이템으로 재탄생시키는 그가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는 학교가 여럿 있다. 혼혈 아이들과 전형적인 외국인 아이들, 그리고 한국인 아이들이 뒤섞여 공놀이를 한다. 히잡을 쓰고도 한국말을 잘한다. <이태원 주민일기>의 지은이들을 포함한 이태원 주민들은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왜냐하면 그들이 담을 맞대고 사는 평범한 이웃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작가들의 생각엔 오히려 이들이 더 친절하고 더 순수하다. 좋지 않은 사건은 어느 지역에서나 가끔씩 일어난다. 실상 언론에서 우연한 사건들을 증거 삼아 이태원에 외국인이 많고 그만큼 범죄가 자주 일어난다는 편견을 만들어낸 면도 없지 않다. 생각해보면 이태원에서 사고를 치는 사람들은 주민이 아니라 ‘방문자’다. 어쩌면 이 거리는 이방인들에 의해 나쁜 이미지를 뒤집어쓴 것인지도 모른다.
<이태원 주민일기>에 실린 신연근 할머니(44년째 이태원에서 옹기 가게 운영 중)의 동네 자랑은 이태원 주민이 아닌 우리의 편견을 꼬집는다. “오히려 해코지하는 건 한국 사람이에요. 이 동네는 다 양반만 살아요. 나쁜 아이들도 하나 없고.” 김치 달라고 어리광 부리는 까만 청년들이 그녀에겐 모두 아들인 것이다.

 

◆ 이태원은 조용하다
이방인의 눈으로는 도통 이해가 안 되는 일들도 이태원에서는 일상생활이다. 이태원에서 제일 큰 클럽으로 꼽히는 킹클럽. 그 주위에는 트랜스젠더 클럽도 즐비해 밤중에 지나다 보면 ‘언니’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 옆에는 초등학교가 있고, 그 옆엔 성당도 있다. 거길 지나면 주택가가 시작된다. 클럽과 학교와 주택가가 한 라인에 있는 것이다. 다른 지역이었다면 당장 없애라며 들고 일어났겠지만, 이태원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시끄러운 낮에는 조용했던 클럽가는 밤이 되어야 화려해진다. 시끄러운 주말에도 소음의 경계에 위치한 초등학교를 기점으로 주택가는 고요 그 자체다. 우리 눈에 결코 같이 있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 아무렇지 않게 공존하며 서로를 존중한다.

 

◆ 이태원은 다르다
‘재료’를 찾기 위해 골목길을 쏘다니는 박길종 작가에게 주민이 다르면 골목길도 다를 텐데 이태원 골목길은 정말 다르냐고 묻자, 쓰레기가 다르단다. 다른 동네에서는 나오지 않을 흔치 않은 것들이 쓰레기로 출현하는 것이다. 향신료, 캔, 심지어 케첩까지도 ‘오뚜기’가 아닌 이국적인 브랜드가 등장한다. 박길종 작가가 이태원으로 이사하고부터 열심히 작업하게 된 것도 남다른 쓰레기에서 비롯되었다. 골목길에서 재미있는 물건들을 계속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재활용 프로젝트에 몰두하게 되었던 것이다.
외국인이 살면 외국 쓰레기가 나오기 마련. 그러나 그것만으로 이태원이 다르다고 정의되는 것은 아니다. 이태원에는 여러 가지가 뒤섞여 있다. 비단 인종만이 아니다. 남산에서 쭉 내려오다 보면 하얏트호텔 밑에 부자 동네도 있고, 언덕배기에 서민 동네도 있다. 꼼 데 가르송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는가 하면 허름한 동네 구멍가게도 있다. <이태원 주민일기>의 지은이 중 한 명이기도 한 디자이너 곽호빈의 ‘테일러블 숍’ 옆 가게는 방앗간이다. 이슬람 언어의 낙서가 적힌 기둥 옆에는 미세스 송 미용실이 있다.
거시적 관점으로 보자면, 이태원은 강북처럼 복잡하고 구불구불한 주택가와 강남처럼 또박또박 계획된 대로변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그래서 진정한 이태원 주민은 이태원을 어느 한쪽에 국한된 모습으로 떠올리지 않는다. ‘이태원스럽다’란 정의를 해달라고 하자 그들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던 건 이 때문일 것이다. 이태원 주민들은 날마다 맘 내키는 대로 라이프스타일을 달리한다. 어떤 날은 오래된 도깨비시장을 산책하고 어떤 날은 멋진 카페에서 브런치 세트를 주문하고 어떤 날은 누군가의 집에서 바글바글 모인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이태원의 각양각색을 즐기며 산다.



◆ 이태원은 거칠다
“이태원이 외국 문화가 가장 먼저 들어온 곳 아닙니까?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지역주의가 강하고 단일민족이라는 걸 강조하는 나라라 부정적인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는 문화는 배척하는 성향이 크죠. 그런데 이태원은 그것을 받아들였고, 그런 의미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6년 전, 사이이다 작가가 이태원에 왔을 때는 이태원에 새로운 세대의 문화가 없었다. 즉, 우리가 떠올리는 이태원의 이미지는 사실 기성세대들이 만들어낸 기억이다. 그녀는 <이태원 프리덤>이 보여주는 이태원과 <이태원 주민일기>의 이태원이 다른 까닭이 세대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세대는 새로운 음악과 패션, 유흥을 이태원에서 느껴왔기에 이태원을 이국적인 도시 그 자체로 정의해왔고, 그 정의는 우리 세대로 고스란히 넘어왔다.
“이태원은 기성세대의 문화는 있었지만 그 이후에 새로운 세대의 문화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편한 느낌으로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느 동네로 갈까 고민했지만 대부분의 지역이 지역색이 강하거나, 즐기고 수용할 만한 문화가 전혀 없는 주택 지역이었죠.”
그동안 트렌디한 지역으로 언급됐던 지역을 보면 어느 정도 신규 문화가 밀집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태원은 기존 이미지에서 더 이상 업데이트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 들어온 주민들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 자유롭고 편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동네의 주민들은 어떨까. 홍대에 사는 사람, 가로수길에 사는 사람, 정자동에 사는 사람들 말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문화가 아니라 이방인들이 그곳에 ‘방문’해서 기대하는 것들을 만족시키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1세대 주민이나 가난한 아티스트들이 쫓겨나는 일도 허다하다. 반면 이태원은 이방인들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또 아무렇지 않게 수용하기도 한다.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예정인 자신의 집에서 사이이다 작가는 눈물짓는 대신 홈 스튜디오를 차려놓고 이방인을 불러 모아 사진을 찍었다. 집이 사라지는 순간도, 작업물도, 추억도 모두 이태원의 일부로 남게 될 것이다.
조금이라도 촌스럽고 저렴해 보이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가로수길, 너무 번쩍번쩍하고 고급스러운 것은 ‘홍대필’이 아니라며 ‘자유분방하다’는 편견에 갇혀 자기 분열 중인 홍대…. 그에 비해 이태원은 참 거칠다. 매끈매끈하지 않다. 아직 덜 만들어진 공간, 확정되지 않은 거리이기에 서로의 다름, 서로의 거친 단면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분명 9명의 작가가 생각하는 이태원은 모두 다른 동네일 것이다. 단체 사진을 찍는데 누구는 포멀한 테일러드 재킷을 입고 나오고, 누구는 루스한 면 티셔츠 차림으로 나온다. 약속 장소에 누구는 BMW를 몰고 나오고, 누구는 자전거를 타고 오며, 누구는 길을 따라 지하철 두 정거장 정도는 가뿐히 걸어온다. 서로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고 가진 것을 나눈다. 그들은 자기가 터를 잡은 이태원을 좋아하고, 그 동네에서 자신의 삶을 이루어가고 있는 것만으로 교집합을 형성하고 있다.

 

◆ 나는 이태원이다
어떤 지역이 왜 좋으냐고 물어보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자유롭잖아요.” “부티 나요.” “뭔가 달라요.” 다들 그 지역이 어떤 분위기를 품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그러나 이태원 주민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태원의 무엇이 좋아서 이태원에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언가를 하고 있는 공간이 이태원이기 때문이다. 그들 자신이 이태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스로 이태원을 만들어나간다. 놀고 작업하고 사람 사귀기 좋은 동네, 사람 중심의 동네로 이태원의 정의를 새로 써가는 중이다.
어디서 이들의 사진을 찍어야 할까. 해밀턴호텔 앞에서 찍어야 할까, 이국적인 기둥과 타일벽이 엿보이는 이슬람 사원 앞 골목에서 찍어야 할까? 실랑이를 벌이면서 길을 잃은 사람들처럼 동네를 빙빙 돌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는 촌스러운 영어 간판이 달린 가게도 없고 V. A. T 따로 받는 레스토랑도 없고, ‘Ladies free on Thursday’를 외치는 클럽도 없는 골목길에 들어와 있었다. 바로 여기가 그들이 말하는 이태원이었다.
<이태원 주민일기>를 다시 들춰보았다. 사이이다 작가의 페이지에 민트 컬러로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어디가 어떻게 좋아서라기보다는 살다 보니 좋아하게 되었다.”
인터뷰 내내 어디가 어떻게 좋으냐고 캐물었던 기억은 얼른 묻어두기로 하자. 하긴 이방인이 주민의 마음을 알 리가 있나. 이태원에서 잠자고 밥 먹고 일상을 사는 이들도 저마다 다른 표정으로 이태원을 바라보고 있는데 말이다.

 


진행 및 글: 최진주 기자 | 사진: 김지훈


 
어색다정오묘미묘시크한 표정의 사이이다님과 박길종 작가.
모시고서 골목길 찾아 뱅글뱅글 돌아서 초췌해진 상태로 찍었어요.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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