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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자의 거짓말, 여주인공의 거짓말<엄마는 생각쟁이> 2011년 8월호 *최진주 기자의 레알기사* editor choe's column

 

그런데 어떤 드라마들은
마감 치고 와서 엄마에게서 대충 서머리를 들어도 사태 파악이 너무 쉽게 되더군요.
진도가 안 나가던 드라마가 몇 있죠.
TV 산책 2번째!!!
집에 못 가니 포스팅이라도 열심히.


세 여자의 거짓말

요즘 드라마들 속의 여자들은 하나같이 거짓말을 한다.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딱 한 번 거짓말을 했다가 내내 괴로워하기도 하고, 이기적인 마음으로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분명한 건 한 마디의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낳고, 그녀들의 인생을 180° 바꾸며 운명을 뒤흔든다는 것이다.

글_ 최진주(객원기자)

사진_ MBC, SBS, KBS


그들은 왜 거짓말을 하는가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 자신을 위해서다. ‘하얀 거짓말’은 극히 일부일 뿐. 그조차도 거짓말을 듣게 되는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갖지 않게 하기 위한, 다시 말해 자신의 인간관계를 아름답게 유지하고픈 방책일 가능성이 크다. 자기 자신을 위한 거짓말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영원히 진실을 은폐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결국 들통이 나 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들기도 한다.

많은 드라마들이 ‘권선징악’의 스토리를 토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거짓말은 악역, 즉 주인공을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 캐릭터를 통해 구현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의 드라마들은 구태의연한 ‘악역의 거짓말-주인공의 위기-거짓말 들통-해피엔딩’ 구도에서 벗어나 보다 현실적인 거짓말을 소재로 색다른 기승전결을 보여준다.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가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살아가면서 조금씩은 거짓말을 하며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자연스레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해준다는 점, 그리고 착한 사람이든 못된 사람이든 거짓말을 하면 그만큼 심적 고통을 받는다는 점에서 최근의 드라마들은 높이 평가받을만하다. 사회적인 비난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람의 양심이다. 그래서 드라마 속 그녀들은 오늘도 심장이 따끔따끔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자신의 거짓말을 곱씹는다.


거짓말과 동안으로 취업난 극뽀~옥!

-<동안미녀>의 이소영(장나라)

‘최강동안’을 자랑하는 노처녀 소영은 여동생의 ‘인적사항’으로 취업에 성공한다. 즉, 어린 나이와 좋은 스펙을 가장하여 입사한 것이다. 그녀 자신의 실질적 정보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고졸, 신용불량, 34세 미혼. 골드미스가 아닌 노처녀 백수라는 현실적이고도 극단적인 최악의 설정이다. 10여년간 다녔던 회사를 나이 많다는 이유로 하루 아침에 해고당한 그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막내 취급받으면서 간식 심부름을 다녀야 하는 심적 괴로움은 충분히 견딜 수 있다. (사실 매달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 떼문에라도 버틸 수 있다.) 게다가 그저 이루지 못할 환상이라고만 생각했던 패션디자이너라는 꿈에 한걸음 다가서게 되었으니 일단 시작한 거짓말, 끝까지 지켜내야 할 당위성까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오직 취업만을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기에 그녀는 더 이상 별다른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나이 빼고 일상생활에서는 특별한 위선 없이 열심히, 그리고 부단히 노력하는 타입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짓말의 찜찜함은 마음을 더욱 짓누르는 것이다. 워크숍 뒷풀이에 등장한 거짓말 탐지기가 삑삑거려도 착한 거짓말쟁이는 은근슬쩍 넘어가지 못하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당황하고 만다. 착한 사람은 거짓말 못한다는 건 그래서 나온 말일까? 문제는 그녀를 쳐내고 싶어 안달 내는 악녀 상사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그저 호기심 때문에 그녀의 정보를 탐색하는 팀원들이 거짓 스펙을 슬슬 캐내니 환장할 노릇! ‘88만원 세대’의 취업난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대두된 요즘, 그녀의 거짓말은 어쩐지 슬프고 안쓰럽기만 하다.

사실 편견을 갖게 했던 제목과는 달리(동안열풍에 은근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우리네 여성들로선 왠지 거부감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드라마는 의외로 건강한 마인드의 작품이다.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을 나눠 갖겠다는 사장님의 프러포즈를 거절하는 그녀의 태도는 ‘성공=남자’라는 공식을 답습하는 <미스 리플리>의 주인공에게 본받길 권하고 싶을 정도로 멋지다. “제 짐을 누구에게 들어달라고 하고 싶진 않아요. 그 짐 때문에 원하는 걸 얻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도 제 짐을 제가 들고 가겠습니다.”

In Real World: 공식적으로 그녀의 거짓말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지만, 알고 보면 입사지원서에 여러 가지 기재사항을 부풀려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모 취업 사이트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구직자들이 경력기간, 이전 직장 연봉, 컴퓨터 활용능력 등의 특정항목을 부풀린 적이 있다고.


우정보다 강한 여자의 자존심!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공아정(윤은혜)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세 드라마 중 가장 생각 없이, 대책 없이, 나쁜 마음 없이 진행되는 거짓말의 케이스다. ‘안면몰수’ ‘막무가내’ 그녀의 행동패턴은 이 두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그녀가 상대남 현기준의 경멸을 단단히 받으면서도 낯 두꺼운 행동(그것이 비굴한 부탁일지라도)을 서슴없이 하게 된 연유는 친구들 앞에서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녀가 무슨 밑바닥 인생을 살며 좋은 남자 만나 ‘인생역전’하는 꿈을 꾸는 신데렐라 아가씨인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공부도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도 나왔고, 첫사랑에 어울리는 멋진 여자가 되기 위해 고시공부에 매진해 행정고시에 합격! 이래봬도 현 문화체육관광부 5급 공무원이다. 다만, 여자들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존재하는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나 결혼했다!” 한 마디를 해버려 사기극이 시작된 것이다.

물론 그녀의 사기 행각이 남에게 큰 해를 끼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녀를 의심하는 친구들에게 ‘나 결혼했다!’의 증거를 하나하나 제시하는 과정일 뿐이다. 이는 한국에서 한 쌍의 부부가 탄생했을 때 그들이 치러야할 일련의 과정이기도 하다. (<매리는 외박중>에서 아빠에게 장근석과 결혼했다는 거짓말을 한 문근영의 증거가 웨딩촬영 사진이었듯이) 집들이 겸 신접살림 자랑을 위해 집을 섭외하던 끝에, 결국 현기준을 설득해 완벽한 신혼부부를 연기하는 모습은 여자들의 자존심대결에 한계가 없음을 느끼게 한다. 또한, 수많은 여자들이 실제로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살림을 장만하는 현실의 풍토를 곱씹게 한다.

한편, 주인공 공아정의 자존심을 긁어 거짓말쟁이로 만든 장본인인 친구 유소란(홍수현) 역시 거짓으로 일관하는 것은 마찬가지. 친구의 첫사랑을 빼앗아 결혼한 만큼 비록 각방은 쓰고 있더라도 친구 앞에서 늘 다정한 모습을 ‘연출’하는 ‘연기파’다.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지만 신혼 시절처럼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친구들, 친정과 시집, 그리고 부부 동반 모임에서 많은 이들이 그녀처럼 거짓 금슬을 연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거짓말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 중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In Real World: 처녀 시절엔 걸핏하면 남자친구 욕에 여념 없던 여자도 결혼 후에는 친구들에게 ‘시’자 붙은 식구들 흉은 볼지언정 남편 욕을 그리 많이 하지 않는다. 신기한 것은 친구들에겐 하지 못하는 남편 흉을 인터넷의 익명게시판엔 마구 털어놓는다는 것! 여자의 자존심은 우정보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내 ‘자리’를 사수하고파!

-<반짝반짝 빛나는>의 황금란(이유리)

시작은 두 여자의 운명이 갓난아기 시절 병원에서 바뀌면서 비롯되었다. 다시 한 번 운명이 뒤바뀌었을 때, 즉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기쁨보다는 분노의 감정에 휩싸인다. 이건 원래 내 자리였다고! 비뚤어진 감정이 사람을 얼마나 망가뜨리는지 제대로 알려주는 드라마. 중견 출판사의 후계자도 나, 재능 넘치고 매력도 넘치는 편집장도 내 남자, 아빠가 가장 사랑하는 유일무이한 딸도 나, 삼촌이 인정하는 딸도 나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현실에서 황금란은 거짓말을 시작하게 된다. 인정받지 못할까 봐 불안한 마음에서 시작된 거짓말은 점차 악의에 찬 분노로 물들어 ‘음모’ 수준으로 발전하고 만다. 종로 백곰의 며느리가 되기 위해 구토기를 참아가며 생곱창을 씹어 삼키며 아는 척을 하고, 한정원(김현주)과 친엄마 사이를 이간질하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쯧쯧 혀를 차게 된다. 한정원이라는 선하고 맑은 캐릭터에 비해 황금란은 분명 악역이지만 그녀의 고군분투가 왠지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이다. 

방송 초기 황금란은 본인이 공부 못해서 상고 간 것이 아니라며 울부짖은 적이 있다. 그녀의 선천적 지능과 후천적 기량(대형 서점 현장에서 다양한 고객을 응대하며 쌓은 경험치)을 합치면 아버지의 출판사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유명 작가의 신작 인쇄용 필름을 빼내는 계획을 도모할 시간에 말이다. 어째서 그녀는 자신의 재능을 썩히고 있는 것일까? 시청자들이 그녀의 내면적인 두려움을 이해하면서도 거짓말에 고개를 흔드는 것은 이런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In Real World: 현실의 황금란은 어떻게 했을까? 의존적인 사람이라면 ‘나 같으면 그런 거짓말 만들어낼 시간에 친부모 돈 팡팡 쓰며 맘 편하게 살겠네.’라고 생각할 것이다. 좀 더 생각이 있는 황금란이라면 그 시간에 유학을 가든 대학을 가든 맘껏 공부하고, 회사에서 자기만이 생각해낼 수 있는 특별한 기획안을 내며 자기 기량을 펼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아버지도 친딸을 후계자로 고려했을지 모를 일이다.


box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 <미스 리플리>

한국 사회를 발칵 뒤집었던 신정아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이 작품의 주인공 장미리(이다해)의 거짓말은 ‘동경대를 졸업했다’는 데서 시작된다. 그녀는 거짓된 스펙과 매혹적인 외모로 호텔에 입사하고, 호텔 총지배인과 그룹 후계자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며 두 남자에게 끊임없이 거짓말을 한다. 가장 힘겨운 과거를 지닌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드라마 주인공들에 비해 그녀가 호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그녀의 거짓말이 너무나 ‘계획적’일 뿐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이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여자들이 야망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반짝반짝 빛나는>의 황금란조차도 스스로 불안해하며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모습을 보이는 반면, <미스 리플리>의 그녀는 마치 사이코패스처럼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포장한다. 특히 친구의 동경대학교 졸업장을 위조했듯, 건축 포트폴리오를 복사하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등 용의주도한 모습은 있던 정도 떨어지게 만든다. 

최근 방영분에서 그녀를 믿었던 김승우가 동경대 한국인 졸업생 명단을 확인하고 그녀의 학력이 거짓임을 알게 되면서 사태는 급반전될 듯하다. 아마도 그녀는 이를 감추기 위해 더 큰 거짓말을 할 것이다. 거짓말은 한 번 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점점 퍼져나가게 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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