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방광이 예민하다면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웃다가 속으로 당황하고, 중요한 회의 중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 안절부절한 경험이 자주 있다면? 당신은 예민한 방광의 소유자인 것이 분명하다. 만 30세 이상 성인의 과민성 방광 발병률은 22.9%. 의외로 높은 수치다. 문제성 방광,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글_ 최진주(건강칼럼니스트)
(왠지 이런 이미지가 떠오르네요 크크크크)
방광이 예민한 사람들이 가장 걸리기 쉬운 질환은 방광염과 과민성방광증후군이다.
이들은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병이다. 물론, 방광이 예민한 경우 두 질환이 같이 올 수도 있다.
방광염이란, 요도입구 주변의 세균들이 요도를 통해 방광으로 침입하여 방광점막에 자리 잡아 생기는 병이다. 소변 볼 때 통증이 느껴지고, 소변을 보고 나서 개운치 않은 증상을 보인다. 그리고 소변을 다 본 후 휴지로 닦으면 피가 묻어나는 경우도 흔하다. 또한 배꼽 아래 쪽이 뻐근해지는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방광염은 성관계 후 걸린다는 편견이 심해서 젊은 환자들이 치료의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흔하다. 물론 성관계 시 요도가 자극되어 세균감염이 일어날 수도 있으나, 스트레스와 계속 앉아있는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과도한 음주 모두 방광염의 주요 원인이다. 즉 예전보다 방광염의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뜻이다.
방광염은 항생제를 복용해야하기 때문에 병원 진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만일 당장 병원에 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벼운 소염제를 복용한다. 또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성관계는 피하며 평소보다 물을 많이 마셔 소변을 자주 보는 것이 좋다. 증상이 지속되면 자칫 만성적인 방광염으로 악화되거나 염증이 신장으로 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초기 단계에 비뇨기과 진료를 받을 것! 신체구조상 여자가 걸리기 쉽지만, 남자라고 안심할 게 못된다. 남자의 경우에는 전립선에 이상이 생겨 전립선염과 방광염이 같이 오기도 한다.
방광염 증상을 완화하거나 예방하고 싶다면 다음의 수칙을 지키도록 하자. 우선 오래 앉아 있는 것을 피한다. 물론 수험생이나 사무직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은 이를 지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1시간에 한 번씩은 일어나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등 최대한 노력을 하는 것이 좋다. 또 육식을 줄이고 채소 중심으로 식단을 구성해 먹도록 하고, 저녁 식사 후에는 가급적 수분 섭취를 줄인다. 술을 마실 경우에는 음주 중, 그리고 그 후에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매일 30분 이상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충분한 휴식 역시 필수조건이니 워커홀릭이라면 일부러라도 라이프스타일을 고칠 필요가 있다.
과민성 방광 증후군은 방광염과는 다른 병이다. 잔뇨감(소변을 본 후에도 여전히 소변이 남아있는 느낌), 절박성 요실금(소변을 지리는 증상), 절박뇨(소변을 참지 못하는 증상), 빈뇨(하루 8번 이상 소변), 야간뇨(잠자던 중에 일어나 소변을 보는 증상)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특히 소변을 참으면 여자 몸에 좋지 않다는 그릇된 배뇨 교육 때문에 소변이 방광에 꽉 차기 전에 자주 소변을 보곤 하는 여성들이 걸리기 쉽다. 하지만 내과 혹은 산부인과 질환 때문에 과민성방광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과민성방광은 소변검사를 해도 결과가 정상으로 나타난다. 즉, 소변을 볼 때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는 과민성 방광이 아니라 방광염으로 봐야 한다. 두 질환의 원인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과민성 방광이 방광염으로 진행되는 일은 없다.
속으로만 아픈 방광염에 비해 과민성 방광 증후군은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준다. 물이나 음료수를 마시는 것이 불안해지며, 외출 시 화장실 문제 때문에 곤란을 겪는 일도 부지기수. 성관계 중 소변을 흘리는 등 성관계에 거부감이 드는 일도 생겨 기혼의 경우 부부생활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과민성 방광 환자들은 우울증에 걸릴 위험도 높다. 사실 과민성 방광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문제를 겪다보면 마음이 불안하고 짜증이 솟구치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증상으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는 다시 또 다른 원인이 되어 증상을 악화시킨다. 당뇨보다 삶의 질을 더 저해시킨다는 연구 보고서가 학계에서도 인정받을 정도로 과민성 방광의 악영향은 매우 심각하다.
사실 소변과 관련된 신체장기가 방광과 신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뇌와 척수 역시 관계되어있다. 나이가 들어 뇌종양이나 뇌경색 등으로 방광 근육을 조절하는 중추에 문제가 생기면 과민성 방광 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척추마취를 이용한 수술을 받았다면 척추마취의 후유증으로 배뇨장애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질과 방광을 둘러싸고 있는 괄약근이 약해지면 과민성 방광의 증상이 심해져 요실금을 겪게 된다. 젊은 사람들도 방광 문제로 고생할 수 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발생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과민성방광으로 병원에 가면, 행동치료, 약물치료, 물리치료 등을 병행하게 된다. 대부분 방광의 재활치료로서 방광 근육의 유연성을 키워주는 효과가 있다. 과민성 방광의 치료법은 병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도 꾸준히 할 수 있으며, 그래야만 완치될 수 있다.
만약 자신이 과민성 방광 증후군에 해당한다면, 행동 치료법 중 하나인 간단한 ‘방광 훈련’을 오늘부터 당장 시도해보는 것도 좋겠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방광훈련은 정상적인 배뇨 습관을 만들어주는 훈련법으로서 치료 효과가 60~90%에 달한다. 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간이 경과하기 전까지는 화장실을 가지 않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처음의 주기는 2시간. 일주일 간격으로 10~30분씩 이를 늘려주고, 4~6주에는 4~6시간을 유지해본다. 시작한 후 2~3일은 힘들 수 있겠지만 꾸준히 연습하면 과민성 방광의 웬만한 증상이 호전된다.
예민한 방광을 치료해주는 음식이 따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크랜베리가 과민성방광에 좋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증상이 진정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피해야할 음식은 존재하니 평소 식습관을 고쳐보는 것도 방법이다. 일단 술. 그리고 카페인이 많이 함유된 커피와 녹차 등이다. 또 매운 음식과 탄산음료, 신맛이 나는 과일 주스, 그리고 꿀과 설탕이 많이 들어 달콤한 음식을 방광을 더 자극하므로 삼가는 게 좋다.
예민한 방광은 수축력이 저하되어있다. 방광근육의 수축을 돕는 약을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운동이나 음식으로 이를 강화시키기엔 한계가 있다. 소변을 볼 때 충분한 시간을 가지자. 조금 나오고 끝나는 것처럼 느껴져도 잠시 더 시간을 두고 힘을 주면 더 나오는 경우가 많다. 또 방광이 과도하게 팽창되면 배뇨가 더 어려워지니 소변을 심하게 오래 참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 일상에서의 습관들이 모여 당신의 방광을 예민하게 만든다. 그 사소한 습관들을 고치면 방광의 건강은 간단하게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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