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류승범
come back 80's
언제나 유쾌한 배우, 류승범으로 말할 것 같으면 '복고 스타일의 전형적 인물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과거사는 이미 세간에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런 고백을 하지 않았더라도 정말 공부
하고 팡팡 놀았을 얼굴이다. 그래서 더 정이 가는 그가 흥행작 <품행제로>의 '짱'으로 돌아왔다.
글_ 최진주 기자


80년대에도 분명히 트렌드가 있었고, 패션리더들이 줄을 지었을 텐데 현재 우리의 눈으로는 당시 모습이 어딘가 어눌하고 촌스러움이 묻어난다는 느낌뿐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생각에 <품행제로>의 주인공이 잘생겼다는 전제가 과연 먹혀들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품행제로>는 최적의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다. 가장 먼저 류승범을 꼽는 것도 당연하다. 앞으로의 배우 인생에서 극복하기 버겁겠지만 선천적인 외모와 철철 흐르는 '복고적' 기질이라니, 사실상 <품행제로>는 류승범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다. 확실히 '중삘이는 류승범만의 것이다.'
사람이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상태에서 하는 욕은 단순하기 짝이 없다. 흥분한 사람은 머리 속에서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고 오직 한 단어를 통해 그 모든 화를 표출해낸다. 대본에도 그 단어가 그렇게 많았을까? 영화 속에서 만화 같지 않은 결투(?) 장면은 단 한번이다. 그 마지막 결투에서 애드립의 진수를 보여주는 류승범은 진짜 분노한 마냥 수없이 내뱉고 부르짖는다. 더 이상 다른 욕을 생각할 수조차 없는 정신 상태에서 온몸으로 하는 욕. 그 어떤 장면보다 류승범이 연기파라는 것을 인정하게 하는 대목이다.
사실 너무나 자연스러운 대사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는 그에게서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신선하다. 그것은 이전의 조폭 코미디가 폭력성, 선정성, 그리고 난무하는 욕설로 비난받아왔던 전례와는 달리 <품행제로>에서의 욕설은 그다지 잘못된 것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전반을 통틀어 수백 번은 나오는 듯한 욕은 우리도 그 시절에는 능숙하게 입에 담고 살았던 말이 아닐까? 그 시절에는 욕도 멋있게 하면 카리스마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또 그것이 일상사였다. 그런 의미에서 류승범의 대사 하나하나는 우리에게 소중한 기억이나 다름없다.
그가 <묻지마 패밀리> 등에서 보여준 복고적 캐릭터는 <품행제로>에서 완성된 작품으로 나타난다. 세 작품 속에서 그는 추리닝과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나오며 특히 <품행제로>속 의상은 어디서 구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촌스럽다. 한편으로 그런 옷이 마치 자기 옷인 양 잘 받는 류승범을 보면 어떤 사람도 그를 대신하여 '중필'을 연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의 느낌 때문에 사람들은 배우 류승범을 좋아한다. 촌스러운 신인 티를 벗고 세련되게 변하는 것이 보통이건만 류승범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2001년 대종상 신인남우상을 받으면서 데뷔 초기부터 주목을 받은 배우치고는 별반 달리진 것이 없는 듯하다. 기존 배우들에 식상한 사람들에게 세련되지 않고 때가 덜 탄 '류승범' 이미지가 먹히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는 늘 현실적인 캐릭터를 맡아왔다. 상상 속의 느끼한 꽃미남이나 액션 영화의 정의파 형사 등 영화가 창조해내려는 이상적 인물형이 아니라 동네에 한 명은 꼭 있는 청년, 학교에 한 명은 꼭 있는 '짱' 등 극히 사실적인 배역으로 분해왔다.
그러나 <품행제로>의 '중필'은 리얼리티만을 추구하는 캐릭터는 아니다. 현실과 더불어 우리의 욕망을 대변한다. 몇 명이나 있을까. 롤라장에 다니고 연예인 때문에 다투긴 했어도 우리 중 학창시절에 정말로 짱이었거나 패싸움을 벌였던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우리는 껌에 면도칼을 넣어 씹고 다닌다는 불량배들의 '소문'에 몸을 떨었던 주류들이었다.
비주류, 특히 동경의 대상이었던 '캡짱'을 수수하고도 거칠게 표현해낸 것으로 류승범은 품행이 방정하지 못했던 옛날과 작별을 고한다. 중삘은 그만의 것이었지만 이제 류승범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의 말처럼 앞으로 희망이 전혀 없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 되어 돌아올 날을 기대해본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10대로 돌아가자. 80년대로 돌아가자. 문덕고 캡짱 박중삘이와 함께.
(제목에 썼듯이 오래전에 썼던 리뷰 기사를 문득 갑자기 별안간 새삼 공개해봅니다. 벌써 10년전 글인데, 뭐 나쁘진 않네요 하하
그러고보니 TTL소녀 임은경은 지금 어디서 뭐하고 있는지;;)



덧글
저 이거 중고등학교때 7번 정도 봤던 것 같아요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