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characters.
<광복절 특사>의 경순 그리고 <나인야드>의 신시아
'투 캐릭터즈'에서는 영화 속 인물과 비슷한 상황이면서도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다른 영화 속 다른 캐릭터를 찾아본다. <광복절 특사>의 송윤아와 <나인 야드>의 나타샤 헨스트리지는 애인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 그 이유는 애인이 법적인 절차를 통해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범죄자인 애인을 가진 여인들의 대반란! 그녀의 행각을 더듬어보자.
글_ 최진주 기자


같은 남자, 다른 여자
그녀의 애인은 지금 그녀의 옆에 없다. 아름다운 그녀들이 애인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이유는 남자가
강제로 끌려가 있기 때문이다. <광복절 특사>의 재필은 사기죄로 감옥에 들어가 있다. 그녀에게 다이아
몬드 반지로 청혼하려다 잡혀간 그는 그녀를 생각하며 '엿같은' 교도소 생활을 버틴다. 게다가 그녀 때
문에 탈옥한 후 경찰에 쫓기게 된다. 한편, <나인 야드>의 지미 존스는 킬러이다. 보스의 비리를 증언한
후 국가의 보호를 받게 되었지만 한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로서 보스의 아들과 그녀, 그가 모
두 모여야만 꺼낼 수 있는 은행예금을 위해 조직이 그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평범하지 않는 직업에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기까지 한 남자를 둔 여인들, 경순과 신시아. 그녀는 겉모습
부터 확연히 다르다. 경순은 호스티스 같은 인물로, 재필과 궁합이 잘 맞을 전형적 코미디 캐릭터이다.
그러면서도 그녀가 긍정적인 이유는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의 마음과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
이 잘 나타나기 때문이다. 신시아의 경우는 그녀가 처한 환경에서 홀로 도태되어 있는 상태로, 갱의 무
리에 어울리지 않는 우아하고 고혹적인 매력으로 시선을 압도한다. 그녀의 처연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
는 남편이나 보스의 아들 야니 등에 대한 태도를 싸늘하고 딱딱하게 만든다.


그녀는 그를 사랑하는가
이제 더 이상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눈 앞에 머물지 않는 남자를 잊는 것이야 인지상정인 법.
경순은 자신의 18번 '분홍립스틱'이 이상형의 조건이다. 청혼하다가 사기죄로 끌려가고도 매번 특사로
나간다고 사기를 치는 재필이 심드렁해졌을 무렵, 그녀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 그는 '분홍립스틱'
을 부르며 그녀의 마음을 가져갔다.
새로운 사랑이 생기면 옛 남자의 기억은 가물가물, 잔인하게 딱 잘라 끝낼 수 있는 게 여자다. 재필과는
전혀 다르게 성실한 '짭새'를 사랑하게 된 경순은 이미 과거의 남자에 불과한 재필이 안중에도 없다. 탈
옥한 재필이 자기를 납치해도 '나는 그 경찰 사랑한다'며 그를 잘 달래서 포기하게 만드는 이 여자, 요
령도 좋다. 마구 성질을 내면서도 경순의 단호한 말에 눈물 흘리는 착한 사기꾼 재필. "그래도 안돼!"
그래서 코미디이다.
경순이 적어도 재필과 같이 살적에는 재필을 사랑한 듯 싶지만 존스 부부에게서는 과거의 정이 전혀 느
껴지지 않는다. 언밸런스한 그들의 결합으로 보아 주위 환경에 의해 강요된 혼인관계라는 추측도 가능
케 한다. 같이 한 집에서 산 날이 있기는 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그녀들의 마음 속에는 애인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과 만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뒤섞여 있다.
경선, 일단 철창 안의 애인과 마주했다. 그녀가 재필을 만나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광복절에 새로운
남자와 결혼할 생각인데 재필이 광복절 특사로 사면되면 식장에서 깽판을 칠지도 모르지 않는가! '확인'
차 온 것이다. 그 후로는 그를 만나서는 안된다. 옛 남자와 맞닥뜨려서 좋은 사람 없다. 배신당해 피눈
물을 흘리는 남자들, 꼭 무슨 짓을 벌이고야 만다. 결국 그녀는 딱 걸렸고, 그도 무슨 짓을 벌였다.
경순의 문제가 사랑과 배신 등 감정적인 문제로 일관한다면 신시아의 상황은 철저히 '生'문제이다. 남
편을 만나게 되면 야니와 남편, 자신의 합의 하에 출금이 가능한 예금을 꺼내 지금보다 더 'a better
day'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남편과의 재회를 꺼리는 이유는 그 돈을 셋이
나누게 되는 결과에 대해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결과는 야니가 이들 부부를 죽이던지 남편이 야니와 그
녀를 죽이던지 둘 중 하나이다. 전문 킬러인 지미가 자기 하나쯤 없애는 거야 식은 죽 먹기일테고, 문제
는 신시아 자신은 방어능력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확신하건대 능력만 된다면 이미 그녀쪽에서
먼저 공격했을 것이다.


그녀는 그에게 다시 돌아오는가
경순과 신시아의 새로운 두 남자는 평범한 사람이다. 예전의 남자가 비범했고 그래서 힘들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경순과 신시아가 그들에게 반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특히 신시아는 갱과 킬러, 어둠의 존재
들만 접해왔고 그녀가 아는 남자들은 그녀를 미끼로만 생각했었다. 그녀에게 착한 의사 오즈는 정말 달
랐다.
한편, 새 남자들의 궁극적인 차이는 '알고보니 나쁜 놈'과 '원래 좋은 놈'이라는 캐릭터 차이에서 비롯된
다. 나쁜 놈과 잘되는 여자가 <나쁜 남자>말고 또 있던가? '짭새'는 의외로 성격이 더러우며 재필을 잔
인하게 괴롭힌다. 더구나 그는 결혼하는 이유가 경순이 하자고 했기 때문이라며 결정타를 날린다. 내가
하자고 해서 결혼한다는 경찰과 나 때문에 탈옥까지 했고 게다가 특사로 나온다는 재필 사이에서 푼수
경순은 누구의 품에 안길 것인가. 반면 오즈는 '짭새'와 달리 해피엔딩을 구축하기에 충분한 캐릭터인
경우이다. '짭새'는 약혼녀를 납치한 놈을 지구 끝까지 쫓아가는 이유가 내'것'을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대사를 지껄인다. 오즈가 그녀를 갱의 손에서 빼내려는 것은 사랑하게 된 그녀가 살기 원하기 때문이다.


해피엔딩
결론은 사실 뻔하게 낭만적이다.
경순은 재필과 결혼해 치킨집을 차렸다. 출소 이후에도 여전히 사기꾼 기질을 버리지 못한 재필을 먹여
살리면서도 눈에 보이는 사랑에 만족한다. 물론 종종 "어쩜 좋아"가 발동이 걸릴 때도 있지만.
신시아와 오즈의 관계는 남편 지미의 너그러운 양보로 진일보한다. 사실 양보도 아닌 것이 지미를 죽은
것으로 위장하여 신시아를 법적 미망인으로 만들고, 죽은 지미는 자유로이 초보 킬러와 눈이 맞아 끼리
끼리 짝지어졌다. 오즈의 아내는 성격적 결함, 바람끼 등과 함께 법적으로 도망자 신세가 되어 조용히
그들의 앞길을 열어준다.

Editor's SPOT
<광복절 특사>의 경순과 <나인야드>의 신시아는 비슷한 사정의 남자들 때문에 골치 아픈 삶을 산다.
아마도 한때는 아주 조금이라도 좋은 감정이 있었을 옛 남자를 진정한 '옛' 남자로 만들어버리고 새로운
애인에게 집중하는 그녀의 모습은 이 세상 수많은 여자와 똑같다. 알고보니 새 남자가 별로더라, 해서
경순처럼 과거의 남자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여자들도 꽤 많단다. 그러고 보면 돌아선 애인이라고
해도 금방 잊지 말고 조금 기다려야 하는 게 사랑의 법칙인가 싶다.
2002 광복절 특사 주연:설경구, 송윤아, 차승원
2000 나인야드 주연:브루스 윌리스, 나타샤 헨스트리지
2013년의 사족--------------------------------------------
이 작품을 찍을 때만 해도 두 사람이 정분 나게 될지 아무도 몰랐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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