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비디오
피할 수 없는 성장통의 기억
이번 테마비디오에서는 성장영화를 되짚어보며 몇십년 인생 중에 가장 즐거웠고 들끓었던 10대의 기억들을 떠올리기로 한다. <몽정기>를 비롯하여 <걸스 온 탑> 등 섹스 코미디뿐만 아니라 전형적인 성장무비들을 살펴볼 것이다. 아이가 어른으로 자라는 것은 자연현상이지만, 인간만큼 자라는 게 고통스러운 동물이 있을까. 마음 속에 담아둔 성장기의 기억을 다시 찾아보자.
글_ 최진주 기자

누구나 몽정기를 거친다
<몽정기>가 그토록 극장가에서 관객몰이를 한 이유는 소재 자체가 이전에 다루지 못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사춘기를 보내면서 혹은 그 이전부터 우리는 성에 대한 환상과 더불어 그것에 대한 호기심을 풀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사실이라도 공식적으로 말할 수 없는 존재들, <몽정기>는 이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이전의 성장영화들이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속이 시원하게 풀어준다. 부끄럽고 망측했지만 순수했고 짜릿했던 시기를 다룬 <몽정기>가 예전 영화들의 복합적인 한계를 넘어섬으로써 더 빛을 발하는 것은 '몸'과 '마음'이라는 토끼를 둘 다 잡았기 때문인데, 섹스라는 코드를 통해 앓게 되는 마음의 병도 스토리 곳곳에 배치되어 단순한 섹스코미디로 보기 어렵다는 요인도 한몫을 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 순진무구한 키스 신을 제외하고 '성'이 별로 보이지 않던 <품행제로>처럼 <몽정기>의 배경도 80년대이다. 나로서는 90년대에 10대를 보냈거나 현대 10대인 사람들의 정황이 궁금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몽정기를 보내는 방법도 변했을지 다시 10년이 지난 후, 또 다른 영화를 기대해본다.
(오, 10년전에 이런 이야기를 했었군요! 흠.... 딱히 그나마 대사로라도 쳤던 건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영화 <건축학개론> 정도겠지만, '성적인 호기심'을 깊이 파고든 작품들은 떠오르지 않네요.)
▶구작 돌아보기
이미연 등 현재 톱스타의 반열에 들어서 있는 배우들이 출연했던 영화들은 10대의 고민을 나름대로 진하게 풀어냈지만 어른의 시각으로 본 경향이 다분하다. 영화 속에서 사춘기에 접어든 학생들은 지극히 가난, 공부 등 단순하고 평이한 걱정에 빠져 있을 뿐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나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등 80년대와 90년대 초반에 제작된 성장 무비의 태반이 그렇다. 반면 90년대 중반 이후 시대가 급변하면서 영화의 시각은 많이 변화했다. 입에 담으려 하지 않던 10대의 성문제를 대중 앞에 공개하는가 하면 가출한 청소년들의 생활과 그 속에 은폐된 그들의 상처와 희망을 이야기한다.
*걸스 온 탑(2001)
주연:다이아나 암프트, 카롤리네 헤르푸르트
감독:데니스 간셀
우리나라의 굳건한 심의를 통과했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는 작품이다. 섹스 코미디를 표방한 헐리우드 외화들이 주로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데 머무른 것에 비해 독일에서 여학생들의 오르가즘 찾기를 발랄하게 그렸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판 몽정기가 등장할 날이 있을까? 특히 '여학생'이라는 존재에 대한 환상이 고정관념에 버티는 한 어려울 듯하다.제목 자체도 오르가즘을 자전거 안장 위에서 느끼게 된다는 내용으로 보아 중의적인 감각으로 지어졌다. 이 영화는 성장 무비의 정형은 아니다. 그러나 여학생이 자신의 성을 적극적으로 찾고, 가치관을 확립한다는 데에서 성장 코드를 가지고 있다.

*청춘(2000)
주연:김래원, 배두나, 김정현, 진희경
감독:곽지균
집착 증세를 보였던 첫경험 상대가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는 광경을 목격한 후 20대에 이르러서도 방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남학생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누구나 겪게 되는 사랑과 성에 대한 방황을 그린 <청춘>이 말을 많이 들었던 이유는 단순히 야해서라기보다는 10대의 성을 너무 진지하게 풀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섹스는 코미디 장르 안에서 존재해야 거부당하지 않는다. 야해도 웃기면 괜찮지만 현실처럼 보이면 즉시 어른들이 화를 내시는 통에 작품성과 상관없이 고정관념을 깨는데 실패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눈물(2000)
주연: 한준, 박근영, 봉태규, 조은지
감독: 임성수
이제 21세기의 불량청소년은 기성세대가 과거에 기억하는 존재와는 급이 다르다. 가출청소년들의 일상을 그린 영화. 감독은 이 작품을 위해 1년간 가리봉동에서 썬그라스 장수로 가장하여 취재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노랑머리>나 <나쁜 영화> 등이 생각이 없는 영화라는 비난을 받은 것과는 달리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반항적이고 폭력적이지만, 때때로 그들도 사랑을 갈구하고 냉혹한 사회 속에서 꿈을 가질 줄도 안다. 매일 때리고 돈을 뜯어가는 남자친구를 떠나지 않고 끝까지 곁에 있는 '란'의 마음은 사랑인가. 지칠대로 지쳤으면서도 가정으로 돌아가지 않고, 사랑을 찾아 헤매면서도 사랑을 주는 사람을 배신하는 절망스런 공간. 그들은 눈물로 자란다.

*아름다운 시절(1998)
주연:안성기, 송옥숙, 배유정
감독:이광모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국인의 아픈 과거를 서정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당시 7개 이상의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어린이의 시점은 전쟁이 주는 고통을 이야기할 때 자주 쓰이고 그만큼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효과도 크다. 성민의 집에 얹혀사는 창희는 어머니와 미군이 정사를 벌이는 장면을 보게 되고 성민은 미군을 방앗간에 데려온 것이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방앗간에는 불이 나고 창희가 실종된 뒤 작은 시체가 강물에 떠오른다. 생활을 이끌어가야 하는 사람은 언제나 어른이다. 살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아이들은 세상을 알게 된다. 아이들은 크고 싶지 않지만 시간은 그들을 어른으로 만든다.

*아름다운 청춘(1995)
주연:요한 비더버그
감독:보 비더버그
사춘기 소년이 여선생님과 사랑에 빠지고 성에 눈뜨며 겪는 성장의 혼란과 전시 유럽의 음울한 시대상을 담은 보 비더버그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다. 여교사와 제자가 나누는 금지된 사랑, 그러나 제자는 교사의 남편과 인간관계를 맺게 되면서 비정상적인 사랑에 회의를 느낀다. 우울한 가족 분위기, 자신에게 집착하는 선생님, 형이 죽었다고 날아온 통지서 그의 세상은 암울하기 짝이 없는 세상에서 '유급'이라는 좌절을 겪으면서 17세 소년은 한층 더 자란다.

2013년의 사족-------------------------------------------------------------------------
<몽정기>를 제외한다면, <걸스온탑>이 그나마 칙칙하지 않아요.
다만,,, 자전거를 타는 게 왠지 민망해지는 뭐 그런.. 뭐 그렇다구요 크크크.
<아름다운 청춘>도 볼만한 영화입니다.
진정한 '문제'작은 <청춘>이 아닐까요;;;
참고로 베드신에 등장하는 배두나의 몸은 대역배우였다고 하네요.
(그래도 MT에서의 씬은 리얼하게 느껴졌어요. 다 벗고 부끄러워서 침대에 쏙! 들어가는?<-이건 배두나 몸 맞음'0')
개인적으로는 '아다'라는 속어를 모를 때였는데,
극중 초반부에서 한 여학생이 김래원에게 "너 아다냐?" 이런 대사를 칩니다.
그래서 정황증거로 뜻을 인지하게 되었더랍니다 띠로리...
뭐 어쨌든 이 영화는 김래원과 배두나 모두에게 그다지 다시 언급되거나 하고 싶지는 않은 초기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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