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알 파치노
-고독한 카리스마, 그래서 아름다운 배우-
<대부>와 <여인의 향기>로 세간의 추억 속에 남아있지만, 젊은이에겐 낯익지 않은 배우. 이름은 익히 들어 알지만 잘 모르는 배우 알 파치노가 <시몬>을 통해 젊은 영화광들을 사로잡는다.
글_ 최진주 기자

<대부>의 그늘을 벗어나다
영화 <대부>는 그를 오스카상 후보에 세번째로 올려놓은 작품으로, 알 파치노의 이미지를 탄탄히 구축하는 한편으로 그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은 문제작이다. 5번이나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30개가 넘는 필모그래피에서 <대부>는 그 음산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로 알 파치노를 대변한다.
알 수 없는 외로움과 강인하면서도 광기어린 눈빛을 공고히 '알 파치노'의 것으로 만들었던 그가 <대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캐릭터에 푹 빠졌다가 금방 나오는 것은 여느 배우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단지 알 파치노였기에, <대부>였기에 그 둘은 헤어지기 어려웠다고 해두자.
<대부>와 함께 알 파치노하면 떠오르는 <여인의 향기>는 그에게 드디어 오스카상의 영예를 안긴 작품이다. 또한 <대부>의 갱스터를 깨고 배우 자체로 거듭나게 한 중요한 영화로, 퇴직 장교의 멋들어진 춤으로 많은 사람들을 향수에 젖게 한다.
<시몬>의 진정한 주인공
영화 속에서 스포트라이트는 시몬이 받지만 실제로도 <시몬>이 개봉되면서 알 파치노보다는 가상 캐릭터 '시몬'에 초점이 맞춰져 홍보가 이루어지고 세간의 관심도 '캐서린~'에 쏠려 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영화 <시몬>이 창조물에 불과하지 않다고 말하는 시몬은 정말 창조물에 불과하다. 시몬은 <시몬>의 빅터 타란스키 감독이 만든 영화에 출연한 배우일 뿐이지만 영화 속에서 실상 중심인물은 빅터 타란스키였다. 알 파치노는 시몬이 만들어지기 전후, 그녀가 사라지기 전후 모든 상황에 개입하면서 재량을 과시한다. 다시 말해서 사실상 주인공도 알 파치노이며 영화를 보고나서 나중에 남는 존재도 알 파치노이다.
<시몬>에서 떼돈을 벌고 성공해도 변하지 않는 감독의 내면은 헝클어진 채 일관된 헤어스타일로 표현된다. 정장에 선글라스를 끼고 한껏 멋을 부려도 초췌한 형상은 알 파치노 자신이 이제 고독한 보스의 자리를 버리고 평민으로 돌아왔다고 말한다. 갱스터 느와르를 표방하는 어떤 영화도 <대부>를 앞지르지 못하듯, 알 파치노 역시 그가 죽을 때까지 <대부>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가 다른 모습에 전념할 때 우리는 다시금 '역시 알 파치노'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난 단지 영화를 만들고 싶다!
'뉴욕의 꿈은 끝났어'라는 대사는 많은 감독들의 생각을 대변한다. 또는 이상을 꿈꾸는 감독들에게 더 운 세상이 쏘아붙이는 말일지도 모른다. 화려하게 데뷔했으나 소포모어 징크스를 깨지 못하고 겉도는 이, 작품성은 늘 인정받지만, 관객과 영화사에게서 외면당하는 이, 늘 흥행행진이지만 혹평으로 난도질 당하는 이, 어느 감독이나 꿈을 위해 몸부림친다.
배우와 감독의 신경전으로 시작하는 <시몬>. 빅터 타란스키 감독을 맡은 배우 알 파치노는 배우이면서 감독이어야 했다. 감독을 연기해야 했기에 <시몬> 내내 감독이어야 했고, 한편으로 철저히 배우여야 했다. 배우는 감독을 능가하려 하고, 감독은 배우를 제압하려 한다. 그들은 같은 목적을 위해 달리면서도 한편으로 다른 목적을 위해 서로를 경계한다. 어느 쪽이든 우위를 점하려는 이들의 치열한 접전은 현실에 없는 관객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아무도 모르게 작품에 영향을 주게 된다.
시몬과 빅터 타란스키의 관계를 통해 <시몬>은 배우와 감독이 서로 없다면 자신의 존재마저 무의미해지는 극단적으로 얽힌 관계라고 설명한다. 타란스키가 없었다면 시몬은 배우로서의 인생을 시작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며, 시몬이 없었다면 타란스키는 쓸쓸히 잊혀졌을 것이다.
타란스키의 아내는 '당신이 시몬을 만든 게 아니라, 시몬이 당신을 만든 거에요'라고 그의 생각을 부인하지만, 사실은 이러하다. 감독이 배우를 만들었고, 그 배우가 그 감독을 만든 것이다. <트루먼 쇼>와 같이 휴먼 드라마의 재능을 갖춘 앤드류 니콜 감독의 의도를 이렇게 간파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난 단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고통스럽게 읊조리는 알파치노에게서 그와 감독간의 심적 교류를 물씬 느낄 수 있다.
할리우드에 ... 미국인의 영화사에 무수히 많은 획을 그은 이탈리아인, 이제는 잘생기지도 않고 세월의 흔적이 그를 꽉 메우고 있다. 그래서 그는 더 오래 갈 것이다. 시간이 막지 못할 중후한 멋과 시간이 그에게 준 노련미, 그리고 <시몬>에서 한껏 볼 수 있는 흐트러진 매력 때문에.
Filmography
2002 <인썸니아> <시몬>
2000 <차이니즈 커피>
1996 <뉴욕 광시곡>
1995 <히트>
1992 <여인의 향기>
1991 <프랭키와 자니>
1990 <대부 3>
1974 <대부 2>
1972 <대부>
1971 <백색 공포>


2013년의 사족------------------------------------------------
콧대 높은 톱스타들 대신 감독이 맘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사이버 캐릭터 시몬.
그녀를 연기한 배우...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네요.
제가 알고 있기로는 진짜 사이버가 아니라 배우가 연기했고, 그냥 사장되었어요.
(제 기억이 틀리다면 댓글 달아주시면 수정할게요~)
참, 시몬 검색해보면 '시몬 캐서린 키너'가 같이 나오는데
캐서린 키너는 시몬 연기한 배우가 아니라, 알 파치노의 부인으로 나오는 사람입니다.
(이 영화에선 샤프하게 나오는데,,, 근래 사진은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네요;;)
그러고보면 알 파치노는 어느 순간부터 뭔가 담배 냄새 완전 쩌는 꽁~한 꽁생원 캐릭터를 유지하고 있군요.
사실 알 파치노 하면 정말 대배우인데, 그런 배우에 대한 칼럼치고는 제목이 너무나 약했네요.
반성...ㅠㅠ 하지만 10년 전이니꽈!
영화는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 시스템을 상당히 많이 까고 있어서 보다보면 이건 뭐 감독들의 소리없는 아우성이랄까요 크크크
알 파치노의 필모그래피에서 <시몬>이란 영화는 크지 않지만,
영화 자체는 괜찮다고 봐요.
덧글
시몬 역할의 여배우는 정말 예쁘네요.. @_@
이 영화 보던 당시에는 참 허무맹랑한 스토리라 삼류(?) 취급하고 말았는데, 다시보니 꽤 괜찮은 영화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