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은 금물이다. 수집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물보다는 과정이다. 대단한 컬렉션을 꿈꾸는 것은 좋지만 그 과정을 충분히 즐기기 바란다. 수집의 묘미는 최종적으로 모인 물건들을 보면서 느끼는 뿌듯함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물건들과 소중한 인연을 맺으면서 생기는 다양한 사건들, 그에 얽히는 이야기에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p.7
핀란드 디자인학교에 입학시험을 치러 갔다가 근처 벼룩시장을 구경한 것을 계기로 오래된 물건을 수집하고 있는 안지훈. 사람들은 그를 빈티지 컬렉터라고 부르지만, 그는 ‘이야기 수집가’로 불리기를 원합니다. 지은이를 만났을 때, 그가 한 이야기는 무척 인상적이었죠.
“부자라면 분명 아무 가게에나 들어가 여기부터 저기까지 몽땅 달라고 해서 컬렉션을 만들겠지만, 그것은 빈티지가 아닙니다.”
우린 너무 많은 새것을 원한다
그가 풀어놓는 빈티지 소품들의 영역은 무척이나 다양합니다. 1937년 에드워드 8세 대관 기념 머그잔에는 사랑하는 여인과 사랑에 빠져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왕위를 포기한 왕의 로맨틱 스토리가 숨겨져 있어요. 아버지께서 30여 년 이상 입고 다니시는 진짜 버버리 트렌치코트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쓰레기통에 가지 않도록 ‘버리지 않고 주겠다’는 부자간의 약속이 담겨 있지요. 핀란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잡지 사이에 끼워둔 채로 가져와버린 티스푼은 무려 핀란드의 대표 프리미엄디자인 브랜드 이탈라의 것이었지요. 많은 손을 거쳐 긁히고 빛을 잃었지만 그 표면의 상처 하나하나가 모여 빈티지의 멋을 이룹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의 편견이 사라지더군요. 빈티지 소품을 구하게 된다면 당신은 그걸 어떻게 둘 건가요? 깨지지 않도록 꽁꽁 싸서 상자에 넣어두거나, 장식장에 올려두고 종종 먼지를 털겠지요? <빈티지 팩토리>에서는 이런 ‘보관’을 거부합니다.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고 나에게 온 물건이라면, 나에게서도 이야기를 담아내야 하지 않을까요? 중요한 날에 매는 아버지의 낡은 타이와 낮잠이 솔솔 오는 반들반들한 소파, 10년 넘게 쓰고 있는 빛바랜 가죽 어젠다 노트... 모두가 그의 손에서 하루하루 이야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의 집에는 분명 낡은 물건들이 많겠지요. 수집가들의 평범한 고민은 공간 부족과 가족의 반대가 아닐까요? 알고 보니 안주인 역시 빈티지를 사랑하는 분이라고 하네요. 깨소금 냄새가 아니라, 구수한 빈티지 향이 나는 신혼집이겠네요.
오늘도 우리는 헌 것을 버리고 새 것을 사들입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물건을 쉽게 버릴 수 없는 건 그것에 추억이 담겨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야기가 있는 물건에 나의 이야기를 담아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이 오랫동안 쓴 물건, 그것이 당신의 스토리입니다.
오래된 물건에는 그만의 이야기가 있다
<빈티지 팩토리>
지은이: 안지훈 / 출판사: 학고재
소개하는 이- 최진주
디지털 매거진 <feeling punch> 편집장, 스토리 작가. 글로 사랑하고 글로 효도하는 글쟁이. 그녀의 잡지를 즐겨보고 싶다면 www.namofeelingbook.com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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