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자린고비의 남다른 일상
글_ 최진주(리빙센스 기자)
심하게 바빠서 지름신이 오는지 가는지 신경 못 쓸 정도였던 달, 카드명세서에 찍혀진 금액은 터무니없이 높았다.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니 죄다 커피 값이다. 어쩐지... 7번 마시면 받을 수 있는 무료 쿠폰이 너무 자주 나와... 심지어 도너츠 모양 볼펜 이벤트할 때는 점장이 “자주 오시는데 이런 건 하나 드려야죠.”라며 공짜로 줘... 회사 주위에 그럴 듯한 카페가 몇 곳 없는 관계로 회사 앞 ‘커피에 빠진 도너츠’ 전문점은 독과점적으로 이 지역 직장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공간이다.
솔직히 말해서 한국 사회에서 ‘윗사람’에겐 커피 값 정도는 내는 아량이 필수조건이다. 후배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면, 왠지 후배 커피 값까지 내가 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밥값 내는 자가 선배다’라는 불문율을 통해 동갑이나 연상의 부하직원을 제압하기도 하지 않는가!) 이놈의 아량 때문에 월급은 통장을 스쳐지나갈 뿐...
내가 그래서 돈을 못 모았어!!!
그래서 최근 들어 노력 중이다. 주 3회 이상 아침 출근길에 카페에 들러 커피를 사들고 오던 버릇 없애기! 한마디로 나 혼자 마시는 커피 값을 아껴서 후배들 커피 사주겠단 말씀! 이런 선배의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내 후배들은 알려나 모르겠다.(한편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후배에게 회사 앞에 프랜차이즈보다 훨씬 저렴한 카페를 차리라고 종용하고 있으며, 이렇게 돈을 쓸 바에야 이 카페 본사의 주식을 사두자는 계획도 은밀히 하고 있다.)

이런 거

이런 거

이런 거... 안 된다고....

(텀블러를 사서 갖고 다니면 몇백원 할인. 가까운 지인 아이린은 환경보호/절약 삼아 활용하는데
이몸은 약해 빠져서... 나는 그런 무거운 걸 가꼬 다닐 수 인는 모미 아니야 지금까지 그래왔고 아페로도 쭉...)
사실 자타공인 ‘웰빙처녀’인 나에게 커피는 애증의 음료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모니터에 써붙여둔 메모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적혀 있다. “카페라떼는 3천6백원, 생토마토주스는 2천8백원.” 진짜 몸과 뇌를 위한다면, 마트에 가는 것이 정답이다. 최근 웰빙족들에게 히트치고 있는 제품이 바로 토마토, 키위 등 각 과일&채소를 100% 갈아 만든 I음료. 편의점에서도 팔지만, 회사 근처 이마트에 가면 100원쯤은 더 아낄 수 있다.
마트에 갈 때는 장바구니를 챙기는 것이 기본 아닌가! 그러나 브랜드들이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낸 이른바 ‘에코백’에는 낚이지 말지어다! 장바구니를 위해 멋진 에코백을 장만하는 것은 패션피플의 ‘눈 가리고 쇼핑’이지 자린고비의 자세가 아니다. 학창시절 열심히 들어주었던 낡은 캔버스 소재 가방이면 충분하다. 요즘은 종이봉투도 튼튼하게 잘 만들어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 소재가 두꺼운 쇼핑백은 착착 정리해두었다가 장 볼 때 쓰면 유용하다.
지난 여름을 보내면서 나를 포함한 많은 여자들이 다이어트를 시도했다. 이번에는 ‘왕도’를 찾지 않고 정석적으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 깨달은 점이 있었다. 바로 다이어트가 꽤 괜찮은 절약 비법이라는 사실!!! 요즘 밖에서 밥 먹으면 김치찌개가 최소 6천원, 일본라멘이라도 먹을라 치면 9천원, 파스타는 기본이 1만2천원이다. 사실 야근도 많은 직업이라 하루 2끼를 밖에서 먹으면서 일하다보면 내가 지금 직장 다니는 게 과연 남는 장사인가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하면서 점심 혹은 저녁 중 한 끼를 도시락으로 대체하니 식비가 현저히 줄었다. 폭염과 태풍의 이단 옆차기로 인해 채소와 과일 등 식재료의 가격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몸까지 붓게 만드는 1만원대의 파스타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명색이 다이어트 도시락인 만큼 잡지에서 나올 법한 휘황찬란한 메뉴여서는 곤란하다. 양념도 재료도 어디까지나 소박해야 한다. 데친 버섯, 삶은 콩, 베이비 채소, 삶은 닭가슴살 등. 소박하게 먹어야 몸매도 소박해진다. 하지만 통장은 풍요로워질 것이다.
무병장수하기 위해, 그리고 몸매를 위해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운동 역시 자린고비 스타일은 좀 다르다. 자린고비 사전에 피트니스 센터 따위는 없다. 누군가의 코치를 받는 기분으로, 누군가의 시범을 보면서 운동을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명작’으로 알려진 <빌리부트 캠프>, <질리언 마이클스 다이어트> 정도는 컴퓨터 하드에 들어있어야 한다. 동영상을 플레이해놓고 따라하다 보면 어느 샌가 온몸의 근육을 긴장시킨 채 빌리 아저씨나 질리언 언니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빌리 아저씨보다 질리언 냔이 더 무섭다고 생각함... 난년이여...)
요가나 필라테스의 경우 정확한 동작, 그리고 각 동작이 이어지는 흐름을 배우는 것이 중요한데 한 달만 등록해서 배운 후 다음 달부터는 집에서 하면 된다. 참고로 멜론 등의 음악 사이트에 ‘yoga’ 음악이 백만 곡이다. 음악 틀고, 촛불 켜고, 매트 깔면, 여기가 바로 요가 스튜디오.

(요가라고 검색하면 46개의 앨범이 나온다. 꼭 이거 아니더라도 뉴에이지 류를 들으면 됨.)

(이중에 내 favorite!! 인디안 스타일 크크크 모닥불 피워놓고 요가하는 것 같음... 크케 틀어놓으면 식구들이 싫어함...)
사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짠돌이가 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겉멋’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새는 돈을 충분히 절약할 수 있다. 욕망의 크기가 작은 사람은 큰 사람보다 훨씬 쉽게 행복해지니까 말이다. 진정한 자린고비는 까칠하거나 불행하지 않다. 진짜 자린고비는 친환경적이고, 웰빙적이며,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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