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 시작했던 비주얼노벨 프로젝트를 스케줄상 계속 진행하지 못했었는데요.
작년에 <필링펀치>에 들어갔던 비주얼노벨입니다.
매거진 전체 테마가 페스티벌이라 록베 관련 화보를 찍으면서 간단하면서 오그라들게 써봤어요.
(이 추운 설 명절에 록페 화보를 왜 올리는지 크크크)
음... 이건 패션화보가 나오는 건데 패션밸리로 가야 하나 창작 밸리로 가야 하나;;;
제가 요즘 타로마스터 바람의 머리카락으로서 자주 글을 올렸는데,
나름 first job이 있어요 캬캬캬
Boy, Rock, Girl
록페녀에겐 사랑을, 록페남에겐 질투를.
온갖 감정을 일으키는 어느 록페스티벌의 작은 에피소드.
story / Jin-Joo Choe
photo / Young-Jin Park
styling / Myo-Jung Kim
hair & makeup / Tae-Hyun & Sun-Young Kim(A.La ALLES, 02-545-8701)
model / Si-Jin Kim
illust / Hye-Eun Kim
assist / A-Rom Lee

“사진 좀 찍을 수 있을까요?”
“네? 저요?”
우리는 동시에 뒤돌아보았다.
여기 온 사람들 중 유일하게 일에 찌든 표정의 인간들이 있으니, 바로 잡지 기자와 포토그래퍼다. 언제부터인가 이 사람들, 페스티벌마다 찾아와서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옷을 잘 입었거나 잘 벗은 애들에게 말을 걸고 사진을 찍는다. 사실은 이 맛에 여기 오는 걸지도 모르겠다. 도시에서 했다가는 구경거리가 될 스타일을 마음껏 해본다. 사람들의 시선이 꽂혀도 불편하기는커녕 더 당당해진다. 이곳에선 ‘구경거리’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이곳, 이 시간에만 할 수 있는 룩과 표정과 포즈를 마음껏 뽐내는 것도 록페의 재미다.
우리는 오늘만을 기다렸다는 듯 한껏 꾸몄다. 그녀는 속이 비치는 악마 날개 장식을 등에 붙이고, 머리에 악마 뿔을 꽂았다. 나는 아크릴 물감으로 얼굴에 그림을 그렸다. 혀를 내밀고 남자 놈들과 단체 사진을 찍고 있는데 멀리서 그녀가 보였다. 팔에 헤나를 그리느라 소매를 걷어 붙이고 타투이스트 앞에 얌전히 앉아있다.
“야야 코끼리 팔에 타투가 웬 말이냐?”
나는 죽일 듯이 노려보는 얼굴을 모른 척하고 샘플 사진에서 하나를 골랐다. 웃통을 벗고 그녀 옆에 앉으니 팔꿈치 공격이 들어온다. 윽, 뾰족하다.
“날개 따라하지 마!”
“이거 천사거든?”
이 날을 위해 지난겨울부터 그리도 열심히 근육을 만들었던가? 등과 팔에 힘을 빡 주며 숨을 들이켰다.
“흡! 어때? 이 정도는 되어야~”
툭탁거리고 있는 와중에 잡지 기자가 말을 건 것이다. <필링펀치>라는 잡지에서 왔다며 명함을 주던 기자는 웃으며 물었다.
“커플 맞죠?”
“얘랑요? 제가요?”
“절대 아닌데요?”
둘 다 질색에 팔색을 더하여 길길이 날뛰었다. 결국 우린 사진을 따로 찍었다.
음악은 혼자 들어도 좋다. 그러나 록페는 혼자 가면 정말 쓸쓸할 것이다. 이 문장 자체는 성립되지 않을 거다. 혼자 오는 사람은 없을 테니. 그러니 비슷한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는 패거리라면 록페는 빼먹지 말아야 할 연례행사다. 그녀는 ‘바이클스’의 빠순이였다. 나 역시 ‘절망클럽’의 빠돌이다. 이번 록페의 라인업에 두 그룹이 모두 떴다 그러니 무조건 와야 했다.
그녀의 1순위 밴드가 나에게 no.1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인기가 많은 밴드의 공연은 자리를 먼저 잡아둬야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다. 혼자 있는 건 심심하다며 그녀가 중얼거렸다. 같이 봐줄까? 어차피 공연이란 건 혼자 보면 재미가 반감되니까 말이다. 상부상조하는 거지 뭐.
챙!챙!챙!챙! 드러머가 스틱을 허공으로 올려 박자를 맞추고, 드디어 그녀의 밴드가 공연을 시작헀다. 징~징~ 기타가 몸을 떨며 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잔디밭에 서 있던 관객 무리들 속에서 비명과 고함이 섞여 나온다.
“꺄아아아아아!!!”
그녀는 오늘 성대를 망가뜨리고 갈 작정을 했나 보다. 아무래도 며칠 간 목소리를 듣기 어렵겠군. 마지막 곡에 다다르자, 흥분한 관객들이 머리를 흔들며 점프를 한다. 그녀는 흥분이 아니라 광분해버린 것 같다. 같이 어깨동무를 하고 뛴다. 옆을 슬쩍 보니 신났다 아주. 사실 그다지 신명이 나진 않는다. 하지만 내 몸은 일단 뛴다. 마음도 같이 뛴다. 왜지? 어깨 높이에 맞추기 힘들어서인지 슬며시 내려놓은 손. 그녀의 손이 편하게 두른 허리 언저리가 뜨거워서?

땀이 흐른다.
한바탕 뛰었더니 배가 고프다. 록페가 아니라 식페에 온 듯이 낮에 그렇게 우거우걱 먹어치웠는데, 그것들이 뱃속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느낌이다. 자리를 잡아둔 캠핑촌 돗자리에 모두 모이니 이내 술판이 벌어진다. 록페에 어울리는 바비큐 파티. 지글지글 타오르는 고기는 언제나 옳다. 공연의 여운이 남아있는지 누군가가 방금 라이브로 들었던 노래를 모조리 플레이어에 걸어놓고 따라 부른다.
“완전 완전 섹시해! 봤지 봤지?”
옆에서 친구들과 조잘대는 소리는 끝날 줄 모른다. 아직 목이 안 갔나, 목소리도 우렁차다. 시끄럽고, 속도 더부룩하다.
“그러다 제이크가 자자고 하면 덥석 자겠다?”
이런, 속말이 나와 버렸네. 3초 정도 침묵이 이어졌다.
“영광이지! 그건 그루피의 기본이잖아.”
그녀의 쿨한 대답. 얼굴이 붉어지길 바랐던 건데.
멀리서 징징 기타 소리가 들렸다. 시간을 보니 절망클럽의 리허설이 끝나가고 있다. 나는 슬슬 일어섰다. 내가 아까 같이 기다려주었으니 응당 보답을 받아야 하거늘, 다리가 아프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모른 척을 한다. 솔직히 짜증이 났지만, 엉겨 붙는 친구 한 놈의 어깨동무에 얼굴 근육을 풀었다. 잔디밭을 가로질러 걸어가다 돌아보니 그 사이 그녀가 일어나 맨발로 뛰어다니고 있다. 얼굴이 절로 굳는다.
“야야 쟤 저러는 거 한두 번 보냐? 가자, 가자!”
떠벌이 친구의 말을 들으며 몇 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뒤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악!!!”
고개를 홱 돌렸다. 그녀가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고, 모두가 놀란 나머지 일시 정지 상태다. 나는 몸을 돌려 달려갔다. 발을 부여잡고 있는 그녀 옆에 참치캔 뚜껑이 찌그러진 채, 바닥에 꽂혀 있다. 허옇게 질린 얼굴을 보니 성질이 나고 말았다.
“정신을 어따 팔고 다니는 거야? 신발은 왜 벗고 돌아다녀!”
핀잔을 주니 꾹꾹 참는 얼굴로 변해버린다.
“힘도 세다 야, 뚜껑이 그냥 찌그러졌네.”
말이 끝나자마자 눈이 붉어진다. 그걸 바란 건 아니었다. 나는 애꿎은 뚜껑을 발로 찼다.
“씨발 이거 누가 버린 거야?”
“야, 하지 마.”
그녀는 욕을 싫어했다. 붉은 눈으로 올려다본다. 그 눈을 보다가 몸이 밀쳐졌다.
-비켜 봐!!! 왔어요 왔어요~ 소독약이 왔어요~
발 빠른 친구 한 녀석이 약장수 소리를 낸다. 옆 텐트에서 응급상자를 얻어왔다. 누구 물티슈 없어? 친구들이 그녀의 주위로 모여들고 왁자지껄해진다. 아야야야 엄살과 함께 살짝 찌푸리는 이마. 덩달아 나의 미간도 당겨진다. 뭉친 피가 소독약에 부글부글 끓는다. 내 마음도 끓는다. 기타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오늘은 더 이상 음악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다. 축제는 끝이다.

--------------------behind story in <필링펀치> 편집부.
-얘네 같이 찍으면 좋았을 걸 아쉽네.
-훗, 한 프레임에 나온 건 있는데.
-오잉? 역시 선배!!! 언제 찍었대?
-남자애 표정이 하도 가관이라서.
포토그래퍼가 드르륵드르륵 마우스 휠을 돌리니, 모니터에 두 사람이 뜬다. 한껏 귀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악마. 뒤돌아섰지만, 악마를 빼꼼 쳐다보고 있는 천사. 등 날갯죽지에 날개가 달렸다.
-흠, 천사가 악마 좋아하네.
(화보 캡션)
1. 슬리브리스와 팬츠 모두 버쉬카, 목걸이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뱅글 모두 폴앤베어, 반지 모두 스타일리스트소장품, 슈즈는 헬레나앤크리스티
2. 슬리브리스는 폴앤베어, 팬츠는 트루릴리젼, 뱅글 모두 버쉬카, 모자는 질바이질스튜어트by.햇츠온
3. 화이트슬리브리스와 머플러 모두 스트라디바리우스, 팬츠는 랩, 핑크 뱅글은 포에버21,
오른쪽 뱅글 모두 에잇세컨즈, 둥근 프레임 안경은 스타일리스트소장품, 슈즈는 써코니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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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기 몇 분에 100명씩 훅훅 들어오길래 뭔 일인가 했더니 인기글로 올라왔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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